2024년 7월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 도로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창사 55년 만의 첫 파업을 가지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삼성전자가 2년 만에 다시 파업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3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되면서 임단협 협상이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상한선입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사업부 영업이익이 목표를 초과했을 때 직원들에게 초과이익 성과급(OPI)을 지급합니다. 상한은 연봉의 50%입니다. 노조 요구는 이 상한을 없애달라는 것입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오면 사업부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상한을 없애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상한이 없어 최근 직원 1인당 평균 1억원대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는 왜 못 받나”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회사는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사업부별 형평성’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삼성 내부의 은어인 ‘전자’와 ‘후자’가 등장합니다. 원래는 삼성전자와 나머지 계열사를 가르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안에서 반도체 사업부와 스마트폰·가전 사업부를 구분하는 용어로 더 자주 쓰입니다. 반도체는 호황을 맞으면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지만, 스마트폰·가전은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대신 실적 폭발이 없습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면 반도체 부문 직원은 천장 없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가전 직원은 혜택이 없는 셈이죠.

삼성전자가 ‘하나의 삼성(One Samsung)’을 강조해온 배경에는 각 사업부가 서로 다른 역할로 회사를 지탱해 왔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부문에서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음에도, 같은 해 48조원 넘는 시설 투자를 반도체에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가전 부문이 안정적인 현금을 공급하는 완충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와 완제품이라는 두 바퀴가 맞물린 수직계열화 구조 덕분입니다.

회사로선 반도체가 잘될 때와 못될 때를 함께 감내해 온 완제품 부문 직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함께 지켜온 조직’과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명한 해결책이 도출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