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3월 1일)에 공급 가격이 올랐어요. 휘발유는 116원, 경유는 221원, 등유는 232원씩이요. 그러니 판매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죠.”(서울 중구 S주유소 직원),

“직영이라 판매 가격은 본사에서 정해줘요. 지난주보다 판매 가격이 오르긴 했죠.”(서울 용산구 K주유소 직원)

지난 5일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 일대에 있는 주유소 직원들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 제품을 제공할 때 적용하는 공급 가격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보다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6일 오전 줄을 서 있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79원, 경유 가격은 리터당 1729원으로 서울 평균보다 낮았다. / 정미하 기자

정유업계 관계자도 공급 가격 인상을 인정했다. 국제 현물 시장 가격이 공급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공급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인 2월 27일부터 3월 5일 사이에 휘발유는 235원, 경유는 569원, 등유는 1446원 올랐다.

복수의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 입장에선 국제 원유 가격 이외에 국제 현물 시장 가격을 반영해서 공급 가격을 정한다”며 “싱가포르 국제 현물 시장 가격이 오르다 보니 공급 가격이 덩달아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가격 인상 여파로 전국 주유소의 판매 가격은 뛰었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리터(L)당 평균 가격은 2월 27일 1692.58원에서 5일 1834.28원으로 141.7원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의 리터당 평균 가격은 233.01원(1597.24원 → 1830.25원) 상승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인 2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브랜드별 주유소 판매 가격. / 오피넷 갈무리

◇ 주유소협회 “공급 가격 인상이 핵심, 휘발유 하루 만에 100원 이상↑”

주유소협회는 6일 “최근 국제유가·제품가격·환율 급등으로 정유사 공급 가격이 인상됐고, 하루만에 휘발유는 100원 이상, 경유는 200원 이상 상승하면서 현재 휘발유는 약 1900원, 경유는 약 2200원 수준”이라며 “공급 가격 인상이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유소 사장과 직원은 판매량에 따라 빠르면 하루, 늦어도 3~4일에 한 번 주유소 탱크를 채운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정유사가 공급 가격을 올리면 주유소는 이를 판매 가격에 빠르게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공급 가격이 저렴할 때 사서 저장해둔 물량이라는 것이 거의 없기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관리하는 알뜰주유소 가격도 오르긴 매한가지였다. 알뜰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석유 평균 가격은 2월 27일(1665.20원)부터 5일(1768.01원)까지 102.81원 올랐다. 정유 4사의 평균 판매 가격 오름폭(146.84원)보다는 작지만, 알뜰주유소 판매가 역시 오른 것이다.

알뜰주유소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급등하자 도입한 제도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는 SK에너지로부터, 농협은 에쓰오일로부터 공동구매 형식으로 석유 제품을 공급받아 자신들이 운영하는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 정유사 “공급가 인상이 전부 아냐, 세금+주유소 마진도 영향”

정유사는 공급가격 인상이 기름값 상승 요인의 전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체 주유소의 약 20%를 차지하는 직영 주유소의 경우 정유사가 일정 부분 판매 가격을 조절할 수 있지만, 일반 자영업 주유소는 자체적으로 마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 제품을 판매하는 공급 가격의 구성 요소. 2월 넷째 주 기준이다. / 오피넷 갈무리

정유사는 또한 판매 가격의 절반 이상을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이 차지하는 구조도 가격 인상 요건 중 하나라고 지목한다. 소비자가 주유소에 지불하는 판매 가격은 ‘공급 가격 + 주유소 마진 + 세금’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판매 가격의 절반은 세금이다.

2월 넷째 주 기준 정유사의 리터당 평균 휘발유 공급 가격(1616.18원) 중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은 52%를 차지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판매 가격이 리터당 200원 올랐다고 할 경우 공급 가격이 차지하는 금액은 100원이 채 되지 않고, 나머지는 세금”이라며 “기름값 안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하는 방법도 있는데, 기름값 인상 이후 정유사와 주유소만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 통상 국제 유가의 국내 반영 시점보다 빨리 반영되긴 해…“이례적”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기름값이 이례적으로 빨리 상승한 것은 맞는다. 통상 국제 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은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말~3월 초에도 리터당 100원이 오르는데 휘발유는 13일, 경유는 11일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러시아산 원유 수급에만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이번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점이 반영된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 역시 “시장과 소비자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이전보다 크게 느끼면서 선구매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주유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급증한 것도 가격 인상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