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이미 납부된 ‘상호 관세’를 돌려주라고 정부에 명령했다. 지난달 미 연방 대법원이 상호 관세 등이 무효라고 판결한 이후 환급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 국제무역법원(USCIT) 리처드 이턴 원로판사는 4일(현지 시각)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상호 관세를 제외한 관세액을 재산정하고, 기납부한 상호 관세는 환급하라고 명령했다. 오는 6일까지 관련 진행 상황도 보고하라고 했다.
또 “기록상의 모든 수입업자는 대법원의 IEEPA 관세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모든 기납부 기업에 환급 자격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0일 연방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도, 환급 여부 및 그 절차에 대해서는 별도로 명시하지 않아 불확실성을 남겼다.
이턴 판사는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필터 업체 ‘애트머스 필트레이션’의 상호 관세 환급 청구 소송에 대해 심리하며, 기납부 기업 모두에 대한 환급 절차를 지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CBP에 현재 ‘결산’(liquidation) 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 상호 관세를 공제해 최종액을 계산하고, 절차가 완료된 경우엔 재정산을 통해 납부분을 제외하라고 했다.
‘결산’이란 수입 신고된 물품에 대해 최종 세액을 확정하는 절차로, 사실상 연말정산과 유사한 개념이다. 정확한 연간 세액을 최종 확정해 추가 징수하거나 돌려주는 것이다.
업체 측은 결산 완료 180일 이내에만 관세에 대해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코스트코 등 미국 내 2000여 기업은 위법 판결이 나기 전부터, 관세 청산 절차를 정지하고 환급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낸 상태였다.
CB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약 30만 수입업체가 상호 관세를 납부한 것으로 파악된다. 건수로는 3400만건, 금액은 13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1920만건이 아직 결산 절차를 밟지 않아 최종 세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환급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도 약 23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으로 기존 납부 관세 환급 절차에 어느 정도 명확성이 생겼다고 전했다. 다만 미 행정부 측은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집행정지 등의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뉴욕 법학전문대학원 국제법센터 공동소장인 배리 애플턴 교수는 “이 결정은 관세를 납부한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 아주 멋진 결정”이라며 “지난 180일 이내에 관세를 납부한 수입업체들을 위해 관세 환급 절차가 이뤄지게 됐다”고 했다.
브라이언 케이브 레이튼 파이즈너의 알렉스 얼리 변호사는 “관세국의 관세 환급 절차가 있긴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환급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은 아니다”라며 “쟁점은 행정 절차의 세부 사항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