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작년 12월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민간 출신 장관이 이끄는 두 경제 부처가 최근 공직 사회의 오랜 문법을 흔들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 김정관 장관의 산업통상부와, 네이버 대표 출신 한성숙 장관의 중소벤처기업부입니다. 공통점은 연공서열을 뛰어넘은 파격 인사입니다.

산업부는 지난달 27일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의중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을 제조산업정책관으로 발탁했습니다. 서기관(4급)에서 부이사관(3급)을 거치지 않고 고위공무원단(국장급)으로 직행하는 2단 승진이었습니다. 더구나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을 총괄하는 제조산업정책국장은 초임 국장을 배치하는 경우가 드문 중량감 있는 보직이라고 합니다. 여러모로 관가가 술렁일만한 인사입니다. 일부에선 “과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 산업부 사무관은 “성과가 분명한 인사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는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선 한성숙 장관 취임 이후 본부 과장의 40% 이상을 80년대생으로 채우고, 30대 과장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하는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성과와 역량 중심 인사라는 점에서 두 부처 인사는 닮았습니다. 관가에서는 “민간 기업식 인사 철학이 경제 부처로 스며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물론 신중론도 제기됩니다. “경직된 문화를 흔드는 건 필요하지만, 파격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조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간 기업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급과 나이를 파괴한 지 오래입니다.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경제 부처만 낡은 인사 문법에 머물러 있다면, 그 정책이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합니다. 다만 성과를 투명하게 측정하고 발탁 인사를 뒷받침하는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제도로 정착될 때, 파격은 예외가 아닌 원칙이 됩니다. 최근 두 장관이 던진 ‘능력주의’ 화두가 제도적 변화로 이어진다면, 이는 몇몇 개인 차원의 승진을 넘어 우리 행정 시스템이 한 단계 발전하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