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AI 데이터센터의 고강도·고하중 설비를 버틸 수 있도록 제작한 맞춤형 특수 강재 '디-메가빔(D-Mega Beam)'. /동국제강

미국 최대 전기로 철강사 뉴코어는 작년 하반기 기존 공장 2곳을 데이터센터 전용 강재 생산 시설로 전환했다. 일본제철도 US스틸 인수 이후 미국 노후 제철소를 개선해 2028년부터 데이터센터용 고급 강재를 양산하겠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AI 데이터센터 붐이 철강 업계의 생산 라인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건설 경기 침체로 전통적인 수요처가 위축된 철강 업계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상업용 건물보다 철강 투입량이 구조적으로 많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냉각 장비까지 겹겹이 쌓이는 다층 설계로 인해 건물 하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붐이 먼저 일어난 미국에선 철강 기업들이 맞춤형 생산에 이미 돌입했고, 국내 철강사들도 고부가가치 강재 생산 등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일반 빌딩보다 철강 수요 多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GPU 서버, 전력 설비, 대형 냉각 장치가 다층으로 배치된다. 바닥 하중과 진동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주요 골조뿐 아니라 이중 바닥, 케이블 트레이, 냉각 설비 지지 구조까지 철강이 대거 투입된다. 특히 폭증하는 AI 수요 때문에 대규모 시설을 짧은 기간에 안정적으로 지어야 하는 특성상 설계·시공이 용이한 철골 구조가 선호된다.

여기에다 전력 설비·에너지저장장치(ESS)·차폐 구조물에는 고강도·고내열 강재가 요구된다. 단순히 물량 수요만 많은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가 고성능이 될수록 전력·냉각 설비가 늘고 이를 지탱하는 구조·차폐 강재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이 수십 GW(기가와트)급 설비 확장 계획을 밝히면서 관련 철강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뉴코어는 데이터센터 구조용 강재에 맞춰 생산 설비를 조정했고, 일본제철은 미국 현지에서 고급 강재 양산 체제를 구축 중이다. AI 인프라 확충이 철강 설비 투자까지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다.

대형 서버 장비가 밀집한 SK의 AI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SK텔레콤

◇美 철강사, 데이터센터 맞춤 전환 속도

국내에서도 SK그룹이 작년 8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에 100MW(메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착공하고, 삼성이 오픈AI와 함께 포항에 AI 데이터센터 조성에 나서면서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도 저탄소 철강 사용을 검토하면서, 보다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철강 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동국제강은 특수 강재 생산뿐 아니라 직접 공장 부지와 전력 인프라 등 그룹 자산을 활용한 AI 데이터센터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우선 최대 폭 3m까지 맞춤 제작이 가능한 대형 형강을 선보이며 데이터센터, 플랜트 등 대형 인프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포스코도 정부의 AI 인프라 확충 계획에 따라 향후 시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전력용 강재 등 고부가가치 철강재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AWS와 협약을 맺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에 탄소 저감 철강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추진하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철소가 완공되면 현지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체 철강 수요에서 데이터센터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AI 확산과 함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