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올해 안에 자사주를 사실상 전량 소각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소각되는 주식은 약 257만주, 이날 종가(121만50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3조1200억원 규모다. 전날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들을 향한 주주 환원 압박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임직원 보상을 위한 63만2500주를 제외한 나머지 자사주 256만8528주를 올해 안에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총 발행 주식의 약 12.18% 수준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면서 1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앞서 두산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자사주 99만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결정으로 환원 규모를 늘리고 소각 일정도 앞당겼다.
이번 소각이 완료되면 오너 일가 지분율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주주인 박정원 회장과 특수 관계인의 지분은 기존 41.19%에서 46.84%로 늘어나게 된다. 자사주 소각으로 전체 주식 수가 줄면서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전날 국회 문턱을 넘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전후로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2%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금액으로는 6351억원 규모다. 2024년부터 3년간 총 6%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LG화학도 다음 달 31일 정기 주주총회에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의 주주 제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팰리서캐피털은 그동안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율을 79.4%에서 70%로 낮춰 현금을 확보하고,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LG화학 주가가 순자산가치 대비 74%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주주 행동주의에 나선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로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함께 소각 카드를 공격적으로 꺼내면서, 앞으로도 주주 환원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