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석유화학 사업 재편 1호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했다. 롯데케미칼 대산 사업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것이 골자다. 사진은 충남 서산의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모습. /뉴시스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고전 중인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이 본격화됐다. 산업통상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HD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이 만든 사업 계획안을 ‘석화 사업 개편 1호 프로젝트’로 최종 승인하고, 각종 지원책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석유화학 산업의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기업에 대안을 만들어 제출하라고 한 지 약 반년 만이다. 정부는 이날 1호 프로젝트를 위한 2조1000억원 규모 지원책도 함께 공개했다.

◇대산 설비 통폐합↔정부 2조 금융 지원

1호 사업 개편안의 기본 골자는 충남 서산에 있는 롯데케미칼의 대산 사업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만든 합작사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은 앞으로 최소 3년간 110만t 규모 NCC 설비를 가동 중단하기로 했다.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량을 그만큼 줄여 업계 전체의 공급 과잉 상황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차원이다. 두 회사는 합작사 운영을 통해 중복되는 다른 공정도 찾아 추가로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며 이 분야에 총 58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위한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대출 등 금융 지원과 전기료 등 인하, 세제 혜택이 중심이다. 앞으로 다른 석화 기업들 사업 조정 때 유사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1호 프로젝트의 핵심은 2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이다. 채권 금융기관이 HD현대케미칼에 1조원 규모 자금을 신규 지원하고, 기존 대출 1조원은 영구채로 전환한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될 수 있어, 기업 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금융권이 사업 재편을 하는 최소 3년 동안은 7조9000억원에 달하는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고, 기존 대출 조건도 유지해주기로 했다. 기업들이 설비 가동을 중단하면, 회계상 부채가 늘어나 신용 등급이 하락하고 이게 자금난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적자를 보면서도 생산을 쉽게 줄이지 못했다.

◇사업 재편 절차 간소화·비용 감면

유틸리티 비용 감면 지원책도 다수 포함됐다. 업계가 수년째 호소한 전기료 감면을 위해, 정부는 대산석화단지를 ‘분산 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기로 했다. 한전이 아닌 해당 지역 에너지 발전사에서 기존보다 4~5%가량 저렴하게 전기를 수급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산업부는 “연간 100억원가량의 전기 요금 절감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5년간 70% 넘게 급등한 산업용 전기료 부담을 고려했을 때, 인하폭이 너무 적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외에도 연료용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설비 범위 확대, 수입 납사·원유 등 원자재 무관세 적용 등으로 원가 구조를 개선한다.

고용유지지원금도 나온다. 당초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지급해, 설비 가동률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생산량을 유지하는 석화 업계에 적용되기 어렵단 우려가 많았다. 정부는 사업 재편이 성공할 경우, HD현대케미칼의 설비 가동률이 95~100%까지 오르고 2028년 1000억원 규모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고 본다.

관건은 사업 재편이 2호, 3호로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다. 후보로 거론되는 여수, 울산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11월 최종 사업 재편안을 제출한 이번 대산 프로젝트와 달리 아직 최종안도 내지 못한 상태다. 여수 석화 산업단지의 경우, LG화학, GS칼텍스가 누구의 시설을 폐쇄할지 등을 두고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 석화 설비를 가동 중인 한화·DL·롯데 등도 비슷하다. 울산도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 3사는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