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아 태양광 발전량은 증가하는데 냉난방 전기 소비는 감소하는 봄이 사실상 시작됐다. 정부는 역대 최장 기간인 107일 동안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태양광 전력 과잉 공급에 따른 대정전(블랙아웃)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태양광은 순간적인 발전량 예측 오차율이 40%에 달할 만큼 변동성이 커 전력 당국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대응에 실패하면 ‘스페인 대정전’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년 늘어나는 봄철 비상 대응 기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봄철 낮은 전력 수요에 대비한 ‘2026 전력 수급 안정화 대책 기간’을 이달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총 107일간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봄철은 냉난방 전기 소비가 줄어 전력 수요가 낮은 반면 태양광 발전기 출력은 높아져 전력 공급 과잉이 심화하는 계절이다.
정부가 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태양광 설비의 과잉 전력 생산에 따른 수급 불안정 문제가 본격화한 2023년 봄부터다. 당시 대책 기간은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61일이었는데, 2024년 72일, 2025년 93일로 매년 늘어났다. 2023년(61일)부터 올해(107일)까지 불과 3년 만에 봄철 태양광 대응 기간은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올해 공식 대책 기간은 2월 28일부터지만, 한국전력거래소는 이미 지난 설 연휴부터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연휴 기간 해외여행과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감한 데다, 올해 설 연휴 날씨가 포근해 난방 수요도 감소한 탓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설 당일이던 지난 17일 최소 전력 수요는 3만3548MW(메가와트)까지 떨어졌다. 당초 기후부가 전망한 3만7600MW보다 낮은 수치다. 김홍근 부이사장(이사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전력거래소 임직원들은 연휴 내내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상황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는 생산이 수요보다 너무 적을 때도 문제지만, 반대로 너무 많아도 골치다. 수급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면 주파수가 흔들리면서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과거에는 여름·겨울철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발전량이 부족한 ‘공급 부족’이 핵심 위험 요인이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진 현재는 봄·가을·명절 등 경부하기(輕負荷期)에 과잉 발전에 따른 공급 과잉이 더 큰 부담으로 떠올랐다.
◇태양광 예측 오차 최대 40%
기후부는 이번 대책 기간 석탄발전 단지 운영을 최소화하고, 필요하면 일부 발전기의 출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추가적인 발전량 감축이 불가피할 때는 경직성 전원인 원전에 대해서도 출력을 제어할 수 있다고 했다. 당국은 사전 안내를 원칙으로 하되, 기상 급변 등으로 실시간 조치가 필요하다면 즉각적인 출력 제어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력거래소가 가장 긴장하는 지점도 기상 급변이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다음날 24시간의 발전기 가동 계획을 전날 미리 확정하는 ‘하루 전 시장’ 구조다. 원전·석탄·가스 발전은 계획한 대로 발전량을 맞출 수 있지만, 태양광은 기상청 예보 정확도에 크게 좌우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의 시간대별 예측 오차율은 최대 40%까지 벌어질 수 있다.
예컨대 다음날 오후 1시 태양광 발전량을 10GW(기가와트)로 예상하고 전체 발전 계획을 세웠는데, 실제 발전량이 6GW나 14GW로 나타날 경우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원전이나 가스, 석탄 발전기 출력을 급격히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응이 늦거나 조정 여력이 부족하면 계통 주파수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조영탁 전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한 실시간 대응에 실패하면 ‘스페인 대정전’과 같은 대형 사고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태양광 과잉 생산을 완화할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