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로 만든 K2 전차를 2022년부터 폴란드에 수출하고 있는 현대로템은 지난해 매출 5조8390억원, 영업이익 1조5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17.22%에 달한다.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022년 4.66%에서 3년 만에 3.7배가 된 것이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은 단순히 기록적인 실적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기업의 체질과 경쟁력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으로도 반도체·바이오·소프트웨어 분야 등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소수 기업만이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곤 했다.

변화는 최근 K방산 기업들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로템뿐만 아니라 국내 방위산업 ‘빅4’에 속하는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대 초반 2~5% 수준에서 머무르던 주요 K방산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이제 평균 10% 안팎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내수 시장에 머물며 정부 사업만 주로 하던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자유 경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 결과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진출을 통해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수출 확대가 영업이익률 바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KAI) 등 방산 빅4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40조4526억원, 영업이익은 4조6322억원에 달한다. 매출과 이익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더 주목받는 것은 수익 지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2021년 5%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1.4%로 커졌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2.27%에서 7.28%로 크게 올랐다. LIG넥스원 역시 이 기간 7~8%대 이익률을 유지하며 탄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K방산의 수익성이 좋아진 배경에는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급증한 방산 수출이 있다. 방산 수출액은 2021년 72억5000만달러에서 2022년 173억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154억달러를 기록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국도 2022년 7개국에서 지난해 16개국으로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의 경우 지난해 방산 부문 매출에서 해외 수출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K9 자주포는 폴란드, 노르웨이 등 세계 11개국에 도입되며 사실상 글로벌 표준 자주포 대우를 받고 있다. 현대로템의 경우 2022년 맺은 K2 폴란드 공급 계약으로 최근까지 수출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KAI 역시 지난해 필리핀과 FA-50 12대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출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방산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원가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상을 통해 계약을 맺는데,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2~5% 안팎의 이익률만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에 안정적으로 납품하는 대신 마진이 제한되는 셈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시장 상황에 맞춰 각국 군이나 정부와 자유롭게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다. 동시에 또 수출 증가가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면서 규모의 경제가 구현되는 선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현지 생산 거점이 핵심 무기

방산 기업들은 최근엔 해외 전략을 진화시키며 변신 중이다. 단순히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납품하는 1차 수출 모델을 넘어,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이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방산 보호주의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 방위에 대한 기조 변화를 시사한 이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유럽 재무장 계획이 대표적이다. 유럽 내 생산되는 무기 등에 우선적으로 보조금이나 대출 지원 등을 하는 방식이다. 이에 맞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루마니아에 K9·K10 생산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현대로템은 폴란드형 K2 전차 현지 생산을 추진 중이다. LIG넥스원도 UAE 칼리두스그룹과 현지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완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생산·정비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수출’로 전환하는 셈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자체를 수출하는 것에 이어, 공급망을 현지에 이식하면 다각화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발판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