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0개월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부과해 온 상호 관세가 불법이란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우리 산업계에선 환영하기는커녕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상호 관세 무효화를 만회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조치가 잇따를 가능성 때문이다.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또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는 종전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 혼란이 크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번 ‘상호 관세 리셋 사태’를 점검해 봤다.
Q1. 자동차·바이오·의료기기 등 품목 관세는 어떻게 되나?
한·미 협상 핵심 현안이었던 자동차·부품(15%), 철강·알루미늄·구리(50%) 등에 적용되는 품목 관세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다. 연방 대법원은 미 정부 조치 중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한 상호 관세 부과만 불법이라고 봤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한 품목 관세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치가 현재 품목 관세 산정 중인 우리 주력 수출품 반도체, 바이오(의약품)와 의료기기, 산업 기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특정 품목의 관세를 대폭 높이거나 적용 대상을 늘려 상호 관세로 줄어드는 세수를 메우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의 ‘글로벌 관세’를 새로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사례처럼 트럼프 정부가 언제, 어떤 관세 카드를 또 꺼낼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 수출 기업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Q2. 트럼프 ‘새 관세’는 어떻게 적용되나?
새로 등장한 ‘글로벌 관세’는 상호 관세 도입 전 각국에 적용되는 기본 관세에 15% 관세를 추가로 내야 하는 구조다. 한국 입장에선 종전과 변화가 없는 셈이다. 다만 이 관세 적용 기간은 법에 따라 최장 150일로 제한된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징검다리 관세’란 말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단 새 관세로 현상 유지를 하면서 세수를 확보할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관세 자체는 불리하지만은 않다. 상호 관세 도입 전 한국은 미국과의 FTA를 통해 대부분 품목에서 무관세가 적용돼 왔다. 경쟁국인 일본·EU(유럽연합)는 평균 3% 안팎의 기본 관세가 적용됐다. 새로운 관세 체계에서는 한국이 오히려 조금이나마 단기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Q3. 대미 협상·투자는 어떻게 하나?
우리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에서 약속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일단 계획대로 추진하는 게 낫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 협상 때 대미 투자를 대가로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바이오 등에 대한 품목 관세를 최대 15%로 한다는 약속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또 상호 관세가 없어지는 걸 빌미로 트럼프 정부가 추가 요구를 할 수 있는 데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우리 기업들이 한·미 협상을 계기로 이미 시작한 미국 사업도 적지 않다.
Q4. 추가 압박 우려는?
전문가들은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한국·일본·EU 등을 중심으로 비관세 조치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20일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가 주요 교역국 대부분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이 조항은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문제 삼아 관세를 매기는 근거다. 온라인 플랫폼법, 구글 정밀 지도 반출 등 국내 규제들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수입 통관에 드는 수수료를 증액하는 등 비관세 조치로 관세 공백을 메울 우려도 크다.
Q5. 앞으로 우리의 대응 전략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통상 압박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진행 중인 한·미 투자 협상을 빠르고 원만하게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301조 등 여러 카드를 병행해서 꺼내고 있는 만큼 대응 논리를 촘촘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 상호 관세 조치 이전보다 기업들이 더 불리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