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는 지난 2018년 첫 선을 보인 후 지난해 1월 완전변경을 거친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2세대 모델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난달 국내에서 4994대가 팔려 현대차의 모든 SUV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2세대 팰리세이드의 인기는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이 이끌고 있다. 지난달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은 3369대로 전체 트림의 67%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출시된 후 4개월 만에 약 1만대가 판매되고, 지난달에는 ‘2026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1일 서울 북악스카이웨이와 남산 소월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강남대로 등에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7인승 상시사륜구동(AWD) 모델을 타 봤다. 주행 성능과 함께 하이브리드차의 강점인 높은 연비, 정숙성 등을 알아보기 위해 구부러진 경사로와 고속도로, 도심의 차로 등 다양한 구간에서 시승을 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1세대 모델에 비해 대형 SUV다운 실용적인 느낌과 간결함이 강조된 모습이었다.
1세대 팰리세이드는 전면부에 보석 패턴을 형상화한 화려한 모양의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했고, 헤드램프는 분리형으로 날렵하게 디자인됐다. 반면 2세대 모델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분리하지 않은 채 겹겹이 수직으로 이어진 구조로 설계돼 묵직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드러냈다.
차체의 크기도 확대됐다. 2세대 팰리세이드의 전장은 5060mm로 1세대보다 65mm 길어졌고, 앞·뒤 바퀴간 거리인 휠베이스(축거)도 70mm 늘어난 2970mm로 설계됐다. 전고도 1805mm로 이전 모델에 비해 55mm 높아져 전체적으로 실내 공간이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었다.
실내는 다소 투박해 보였지만,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1세대 모델의 경우 변속레버가 센터콘솔에 버튼 형식으로 배치됐었지만, 2세대 팰리세이드의 변속레버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으로 이동해 손가락으로 제어하는 컬럼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센터콘솔에는 무선충전기와 함께 100W까지 충전 가능한 C타입 USB 충전포트, 2개의 대용량 컵홀더, 하단 수납공간, 양문으로 개방되는 콘솔박스 등을 배치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동반 탑승자를 위한 편의사양도 늘었다. 특히 2열 시트에는 의자의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발받침을 올리는 전동 리클라이닝이 적용됐고, 타격식 안마 기능도 이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여기에 전방 시트의 등받이 뿐 아니라 하단부도 앞으로 기울일 수 있는 틸팅형 워크인 기능을 적용해 탑승객이 손쉽게 3열에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눈에 띄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는 2.5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6.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약 7.3초에 도달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현대차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는 2개의 모터가 탑재됐다.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교하면 구동과 회생 제동을 담당하는 구동 모터(P2)에 시동과 발전, 구동력 보조 기능 등을 수행하는 신규 모터(P1)가 추가돼 동력 성능과 연비가 향상됐고 변속 기능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시동을 건 후 저속 구간에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엔진음이나 진동 없이 정숙함을 유지했다. 중량 2톤(t) 이상의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줬고, 북악스카이웨이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곡선주로에서 흔들림 없이 움직임을 제어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에 힘을 싣자 팰리세이드는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며 치고 나갔다.
다만 속도를 높이자 저속 주행에서는 거의 없었던 엔진음이 꽤 크게 들렸다. 노면의 마찰음이나 바람이 창문과 부딪혀 생기는 풍절음도 생각보다 큰 편이었다.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오르막길을 주행하거나 급하게 속도를 높일 때 소음이 발생해 가끔 대화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차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팰리세이드에는 현대차의 SUV 모델 중 최초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lectronic Controlled Suspension·ECS)이 적용됐다.
이 장치는 차량에 탑재된 각종 센서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노면 정보와 주행 상황을 판단한 후 감쇠력 예측제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차량의 앞·뒤, 좌·우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승차감을 높일 수 있다.
또 고속 주행 시 강한 바람이 불어도 차량 제동과 조향 제어를 도와 차체의 쏠림을 방지하는 기술인 횡풍 안전 제어(Crosswind Stability Control·CSC) 기능도 적용돼 강풍이 동반된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8인치 휠 기준으로 리터(L)당 14.1km, 21인치 휠 기준으로는 11.4km다. 21인치 휠이 적용된 이날 시승 차량으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계기판을 통해 확인한 연비는 L당 12~13km 수준이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가득 주유할 경우 주행 환경에 따라 1000km 이상까지 주행할 수도 있다.
실용성에 방점을 둔 대형 SUV답게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는 다양한 편의사양도 탑재됐다. 대표적인 기능이 적재 공간 안쪽에 배치된 V2L(Vehicle to Load·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V2L의 배터리 용량은 3.5킬로와트시(kWh) 이상이다. 헤어드라이어를 약 2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대형 SUV는 적재 공간이 넓어 캠핑을 비롯한 야외 활동에서 많이 쓰이는데, 각종 전자 기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셈이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적재 공간은 기본 509L이지만, 3열을 접으면 1297L로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수납할 수 있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을 경우 최대 2447L까지 늘어나는데, 전고가 높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야외 활동 시 성인 2명이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잠을 잘 수도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다만 최근 고급 브랜드 SUV에 주로 탑재되는 상·하 분리형 트렁크 도어 등의 기능은 적용되지 않았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탑승 인원과 구동 방식 등에 따라 다르게 책정됐다. 7인승 이륜구동 모델은 4968만원에서 6326만원, 7인승 상시사륜구동(AWD) 모델은 5308만원에서 6566만원에 판매된다. 9인승 이륜구동 모델의 가격은 4982만원에서 6186만원, 9인승 AWD 모델은 5210만원에서 6414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