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있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 그의 형인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과의 갈등이 이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20일 한국앤컴퍼니는 조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룹 회장직은 유지한다. 이에 따라 한국앤컴퍼니는 박종호 대표이사 사장이 단독으로 이끌게 된다.
지난해 5월 구속된 이후에도 옥중 경영을 이어왔던 조 회장이 돌연 사임한 데는 조 전 고문과의 다툼이 영향을 미쳤다. 조 회장은 지난해 5월 1심에서 징역 3년, 같은 해 12월 2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받고 구속돼 있다.
조 전 고문은 지난해 5월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자 회사를 상대로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한 해 전과 같은 70억원으로 정하는 안건이 출석 주식 중 67.9%의 찬성을 얻어 가결된 것을 문제 삼았다.
조 전 고문은 상법에 따라 ‘총회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돼 있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사내이사이자 지분 42.0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됨에도 의결권을 행사해 안건을 가결시켰다는 것이다. 이 소송은 최근 조 전 고문이 승소했다.
문제는 조 전 고문의 공격이 조 회장 개인을 넘어 이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수 한도 승인이 나지 않으면 이사회 내 다른 이사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여기에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가 주주 행동을 강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조 회장이 사임을 결정한 배경이다. 최근 주주연대는 보수 결의 취소 판결을 계기로 이사회 운영과 지배구조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주연대는 조 전 고문이 주주연대 입장에 공감하는 뜻을 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주주연대는 조 회장이 구속기간 거액의 보수를 수령했다며 조 회장이 회사에 약 5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 회장이 사내이사 사임을 결정한 것은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결단”이라며 “최근 가족 간 문제가 이사회 운영 문제로 비화돼 이사회의 독립성과 순수성이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절차적 논란으로 회사 전체가 소모전에 빠지는 상황을 방지하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본연의 의사결정과 사업 실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내이사 사임을 결정했다”며 “이사직을 사임하더라도 회사의 지속 성장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민과 역할은 변함없이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