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 /뉴스1

미국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해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조선업 재건에 필요한 재원은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외국산 상선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해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조선 업계는 일단 거대 시장을 품을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현지 투자와 기술 이전을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청구서 역시 따라붙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백악관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한 ‘미국 해양 행동 계획(America’s Maritime Action Plan)’에서 이 같은 내용의 ‘브리지(bridge·다리) 전략’을 공식화했다. 다수의 선박을 주문할 때 초기 물량은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되, 미 조선소에 대한 투자와 설비 현대화를 병행해 나머지 물량은 현지 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조선 점유율이 1% 미만에 불과할 만큼 열악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국내 조선 업계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계획이 그간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봉쇄해왔던 ‘존스법’과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을 우회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들은 각각 상선과 미 해군 함정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선 국내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해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북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함정 건조 단가는 한국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 조선소 현대화뿐 아니라 조선 인력 양성 등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현지에 빠르게 이식해야 하는 만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해양 안보 신탁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 항만에 입항하는 모든 외국 건조 상업용 선박에 화물 1㎏당 1~25센트의 ‘보편 수수료’를 부과해 최대 1조5000억달러(약 2170조원)의 자금을 조성,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계 상선의 99%가 미국 외에서 건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해운 관세나 마찬가지”라며 “미국 수출 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