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인 독일 하파크 로이트(Hapag-Lloyd)가 이스라엘 최대 해운사이자 세계 10위 짐(Zim)을 42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10위 이내 선사 간 이뤄진 대형 거래다. 올 연말쯤 인수가 확정되면 하파크 로이트는 4위 해운사 중국 코스코(COSCO)를 시장 점유율 기준 1%대 격차로 바짝 뒤쫓게 된다. 글로벌 해운업계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인수·합병(M&A)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파크 로이트 컨테이너선./하파크 로이트 홈페이지

이번 인수전은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도 참여할 정도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하파크 로이트가 승리한 것은 과감한 베팅 덕이었다. 하파크 로이트는 짐 지분 100%를 1주당 35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는 인수 발표 직전 종가 대비 58% 높고, 인수설이 처음 나왔던 2025년 8월 당시 주가의 126%에 달하는 가격이다.

하파크 로이트가 이번 인수전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은 글로벌 해운업계가 수년간의 호황 끝에 침체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홍해 사태를 거치며 높은 운임으로 수익성을 유지해 온 해운업계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침체 사이클에 진입했다. 선사 수익성과 직결되는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기준 1251.46으로, 작년 말과 비교하면 20% 이상 하락하는 등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관세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각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것도 영향을 줬다. 이런 국면에서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하파크 로이트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하파크 로이트는 선박 400척 이상, 선복량 약 3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연간 처리 물량 1800만TEU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 경우 중복 항로를 통폐합해 효율성은 높이되, 규모는 키워 고객 상대로 협상력도 강화하는 전략도 가능해진다. 이스라엘 짐 역시도 상위권 초대형 선사와의 경쟁이 버거워지는 국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매각되는 만큼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거래를 계기로 M&A가 활발해지면 매각 추진 중인 HMM을 포함해 해운업계 통폐합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