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는 현대화된 중형 155㎜ 자주포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36%)다. 시속 67㎞로 이동할 수 있고, 약 40㎞ 떨어진 곳에서 적을 타격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생산할 현지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 각국이 방산 자국 생산 능력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유럽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1일 루마니아 듬보비차주에서 ‘H-ACE Europe’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약 18만㎡ 규모로 조성되는 이 시설은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의 조립·통합·시험은 물론 정비까지 전 생애주기를 지원하는 거점으로 거듭나게 된다. 공장에는 첨단 조립 라인과 성능 검증 시험시설, 1751m 길이의 주행 시험로 등이 들어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산업 참여를 통해 현지화율을 최대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지 생산 시설 구축은 유럽의 방산 정책 변화와 맞물려 있다. 세계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앞다퉈 방위산업 보호에 나서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더 이상 (다른 나라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공언하자,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는 ‘유럽 재무장’ 정책을 발표했다. 5년간 8000억유로(약 1282조원) 이상을 투입해 EU 회원국의 무기 보유를 늘리되, 자국 내 생산 능력 확보를 강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방산 보호주의’ 기조가 확산되면서, 우리 방산 기업들은 완제품 위주 수출에서 생태계 수출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지난해 9월 폴란드에선 방산기업과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 손잡고 K2전차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LIG넥스원도 UAE 방산업체인 칼리두스그룹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현지 생산 공장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0개 이상 루마니아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루마니아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향후 보병전투장갑차(IFV), 장거리 정밀타격체계, 무인지상체계(UGV) 등 첨단 지상체계 생산까지 확장 가능한 유럽 지역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루마니아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을 통해 루마니아의 방위력 현대화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현지 산업 협력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