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경기 수원에 있는 에스원 통합관제센터의 대형 상황판 모니터에는 서울·경기·인천·강원 등 각지에서 올라온 보안 신호와 CCTV 영상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화면 한쪽에는 ‘이상 데이터’ 처리 현황이 실시간 갱신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이 센터에서 처리한 일일 이상 데이터는 2만6007건. ‘이상 발생’ ‘침입’ ‘비상’ ‘화재’ 등 유형별로 분류됐다. 이달 들어 10일간 누계 처리 건수는 41만9940건에 달했다.
에스원은 45년간 축적한 관제 이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관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 월평균 약 250만건의 관제 신호 가운데 약 78%를 시스템이 자동 선별 처리한다. 수원·대구 관제센터에는 관제 인력 140여 명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며 전국 관제를 담당하고 있다.
두 센터는 이중화돼 있어 한곳에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센터가 즉시 관제를 이어받아 처리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만 건씩 전국에서 들어오는 각종 보안 신호를 끊김 없이 처리하기 위한 체계다.
관제 화면에는 무인 매장, 기업 시설, 금융권 점포 등에서 발생한 침입·이상 신호가 자동 분류돼 올라온다. 1차 판단은 인공지능(AI)이 맡는다. AI 시스템이 실제 상황 가능성을 선별하면, 현장 근무 경험이 풍부한 관제사들이 영상을 확인해 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상 신호 발생부터 출동 지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 초 단위다. 김정일 상황팀장은 “AI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관제사가 판단하는 몇 초 안에 에스원 45년 관제 기술이 압축돼 있다”고 했다.
지능형 CCTV인 ‘SVMS(Smart Video Management System)’ 설루션이 핵심이다. 관제사들이 화면을 주시하며 위험 징후를 판별하듯이 SVMS 설루션에 관제사 판별 능력을 알고리즘 형태로 담았다. 서정배 상품기획그룹장은 “학교에서 폭력 의심 행동, 침입, 산업 현장에서 안전모 미착용이나 연기·불꽃 등을 쉬지 않고 감시한 뒤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알림을 띄우는 방식”이라며 “SVMS 설루션이 ‘숙련된 관제사’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관제 시스템은 1980년대 무인보안 도입을 시작으로 전국 관제망 통합, 2000년대 관제센터 이중화, 2010년대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 자동 배차 시스템 도입 등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그 과정에서 쌓인 출동 이력, 신호 패턴, 대응 매뉴얼 등이 현재 AI 관제 알고리즘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보안업계에선 최근 AI 기반 관제, 물리·사이버 보안 통합이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보안 기업들은 AI 영상 분석, 자동 이상 탐지, 클라우드 기반 관제 플랫폼을 바탕으로, 단순 감시를 넘어 사전 탐지·예측 중심 보안 모델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AI CCTV 시장 규모는 2024년 105억달러(약 15조2000억원)로 추산되며 2033년 302억달러(약 43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2033년 연평균 약 15%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무인 매장, 물류센터, 산업 현장 등 인력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AI 관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에스원도 지능형 CCTV와 관제센터를 연계해 무인 매장 전용 보안, 원격 경고 방송, 긴급 출동 등을 통합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향후 보안 경쟁력의 중심이 장비 성능에서 데이터와 운영 경험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관제 성능은 실제 사건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오래 축적했는지가 좌우하는 만큼 장기간 관제 이력을 보유한 사업자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AI 관제 확산과 함께 오탐(False Alarm) 관리, 책임 주체 설정, 관제 인력의 역할 변화 등은 과제로 남는다. AI가 관제 효율을 높이지만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