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히메현 사이조시에 있는 일본 최대 조선업체 이마바리조선의 사이조 조선소 전경. 최근 조기 총선에서 역사적 압승을 거둔 다카이치 내각은 '조선업 재건'을 일본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이마바리조선 홈페이지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일본 다카이치 내각이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조선업 재건을 앞세우면서 글로벌 조선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다카이치의 일본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조선업을 경제 안보 관점에서 바라본다. 인접한 중국이 해양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에너지나 식량 등의 자급률이 낮은 일본 역시 해양 진출을 위해 조선업 강화가 필수란 것이다.

자민당은 지난달 초 총선을 앞두고 “일본의 선박 건조량 세계 점유율은 1990년대 약 40%를 차지했지만, 중국과 한국의 부상으로 8%(2024년)까지 떨어졌다”며 “정부와 하나가 되어 조선업 재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 승리로 조선업은 정권 차원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조선 업계에선 최근 4~5년 안팎 중국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한국이 점유율 20~30% 안팎, 일본이 10% 전후를 차지하는 구도가 유지돼 왔다. ‘강한 일본’이 키울 조선업이 이 같은 국면에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양진경

◇조선업 ‘경제 안보’로 격상

우선 일본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조선업 재생 로드맵’을 통해 2035년까지 연간 선박 건조량을 현재의 2배(1800만t)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조기 총선 자민당 공약을 통해 조선업을 AI(인공지능), 반도체 등과 함께 17개 국가 전략 산업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다.

핵심은 일본 정부가 향후 10년간 민관 합산 1조엔(약 9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필요할 경우 ‘국영 조선소’ 설립까지 검토하는 부분이다. 1조엔 규모 조선업 펀드는 정부와 조선업계가 각각 약 3800억엔, 3500억엔을 2035년까지 출자하고, 나머지는 공적 금융이 보완하는 방식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자금은 조선소 인프라 확충, 재가동, 신설에 단계적으로 투입된다. 2028년부터 자동화 설비를 본격 가동시켜, 2034년에는 증설한 독(Dock)을 기반으로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다카이치 정부는 차세대 선박 시장을 겨냥해 조선업과 해운업, 물류 정책 등을 연계하는 이른바 ‘올 재팬’ 전략도 구상 중이다. 일본 선주가 조선소에 투자해 차세대 선박을 공동 개발하고, 이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 다시 발주하는 구조다. 한국이나 중국에 발주했던 물량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 주요 해운사 3곳이 이마바리조선 등이 만든 차세대 선박 설계 회사에 투자를 결정해 이 전략을 가동한 상태다.

일본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작년 ‘국립 독(National Dock)’ 구상을 세웠다. 정부가 직접 독을 건설하거나 기존 노후 시설을 현대화해 민간 조선사에 임대하는 ‘국영 조선소’에 가까운 모델이다.

일본은 현재 선박 건조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철강 가격도 중국보다 약 20% 높아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다카이치 정부가 감세 정책을 적극 펼칠 방침인 만큼, 철강 등 핵심 소재와 부품 산업에 세금을 깎아줘서 결국 선박 건조 비용을 낮추는 것도 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선업 축소 후유증… 빠른 재건 회의론도

반면 재건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과연 수년 내에 인력 부족, 고령화, 생산성 저하 등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역시 201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운 글로벌 조선업 침체를 겪으면서 이 같은 문제가 심화됐다. 또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통 조선사들이 잇따라 사업을 축소하고 독(조선소)을 폐쇄했다. 그 결과 중국은 물론, 한국보다 조선소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조선소 쓰네이시조선의 오쿠무라 유키오 사장은 지난달 일본 경제 전문지 닛케이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목표 제시는 좋지만 수요 추이, 인력 확보, 설비 증강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2035년까지 건조량 2배 목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조선업을 강조하는 미국의 압박을 의식한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