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 있는 한 금속 가공업체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품을 옮기고 있는 모습. 정부가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시로 수도권, 도시 등으로 떠나 지역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박상훈 기자

제조업이 발달해 있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젊은 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겪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가진 상당수 국가는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하면서도 이들이 지나치게 자주 일터를 옮기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기업 생산 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지역이나 산업별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 자국민과 갈등이 생기는 것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제조업 강국인 일본은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기능실습생)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사업·경영상 어려움이나 실습생의 부상, 본국 가족 사정 등으로 실습을 이어가기 어려울 때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둔다. 일본은 내년부터 기능실습생 제도를 ‘육성취로제도’로 대체하는데, 새로운 제도에서는 최소 취업 기간을 1~2년으로 설정하고 일본어 능력과 기능 수준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방침이다. 단기간 이동을 막고 노동자의 현장 적응과 숙련도 향상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대만도 비전문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고용주의 사망, 이민, 폐업, 임금 체불 등 취업 서비스법에서 정한 사용자 귀책 사유가 명확한 경우에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 근로자의 단순 변심 등에 따른 이동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자를 통해 비전문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사실상 제한하는 사례도 많다. 미국은 특정 사업주와의 고용 계약을 전제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특정 비자를 발급하는 구조인데, 해당 고용 관계가 종료되면 비자 연장이 어려워 더 이상 미국에 체류할 수 없게 되는 식이다. 캐나다도 역시 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허가증 발급에 관여하기 때문에, 비자 기간에 노동자들이 다른 업체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고용 관계가 종료되면 퇴사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사용자가 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자유를 더 폭넓게 보장하는 유럽도 무분별한 이동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둔다. 독일은 2년 내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고용 당국의 적합성 심사를 거치도록 한다. 프랑스는 정부가 취업 허가를 내준 직종과 업종 범위 내에서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김동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를 주로 받는 곳이 내국인들이 취업을 꺼리는 산업이나 도시에서 먼 지역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동이 너무 쉬운 경우 결국 인력이 도시로만 쏠리고 특정 산업의 공동화는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어 해외에서도 이런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국가는 외국인 노동자의 이동을 비교적 자유롭게 보장한다. 홍콩은 사용자와 외국인 노동자 모두 1개월 전 서면 통보를 하면 누구든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호주도 외국인 노동자가 새 사업장에 채용된 뒤 비자를 다시 발급받는 방식으로 이동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홍콩은 제조업보다 금융·서비스업이 중심이라 외국인이 일할 곳 자체가 제한적이고, 호주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기조가 강하다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