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풍력발전단지에서 한 발전기의 기둥이 꺾이면서 도로를 덮쳤다. 이 발전기는 2005년 5월부터 20년 넘게 가동되고 있었다. 국내에는 노후 재생에너지 설비의 안전 관리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지난 2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풍력발전단지에서 풍력발전기 1기가 도로 방향으로 붕괴됐다. 높이 수십 m 구조물이 쓰러지며 날개와 타워 일부가 산산조각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통행 차량이 있었더라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노후 재생에너지 설비의 안전 관리 공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 국내 풍력발전 검사 인력은 45명에 불과하고, 노후 설비 관리를 위한 별도 규정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달성을 위한 공격적인 설비 보급과 맞물려 노후 설비가 급증하는 상황인데, 이들 설비의 안전을 전담 관리할 인력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노후 재생에너지 설비 쏟아진다

사고가 난 풍력 단지는 2005년 완공됐다. 재생에너지 설비의 설계 수명이 통상 20년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명 경계선에 도달한 설비에서 실제 사고가 난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년 이상 가동된 노후 풍력발전기와 사고 발전기와 같은 제조사 설비 등 총 80기에 대해 이달 27일까지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80기 수준이지만, 2000년대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붕괴된 풍력발전기와 같은 노후 설비가 앞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20년 전인 2006년까지 국내에 보급된 풍력발전 설비 용량은 177.7MW(메가와트)였다. 그 시기 이후 국내 풍력발전 보급 용량은 무려 13배로 폭증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국 산등성이와 해안가에 들어선 초기 설비들이 앞으로 대거 ‘노후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를 지금의 5배인 100GW(기가와트)로 끌어올리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은 2024년 약 32GW에서 80~90GW로, 풍력은 9GW 수준으로 늘게 된다. 바람이 부는 산지·해안 곳곳에 대형 풍력기가 빠르게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풍력, 태양광 설비의 안전을 담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풍력발전 검사 인력은 단 45명. 100GW 시대가 열리면 검사 인력 1명이 연간 40기 이상을 책임져야 한다. 고소(高所) 작업과 정밀 점검이 필수인 풍력 설비 특성을 고려하면, 형식적인 점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도 사정은 비슷하다. 675명의 인력이 2030년 목표치인 80~90GW를 감당하려면, 검사원 1명이 연간 수백 곳의 발전소를 훑어야 한다. 정밀한 안전 점검이 불가능한 과부하 상태다. 정부는 ‘보급 예산은 쏟아부으면서도 안전 인프라 확충에는 인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퇴역 기준 없는 재생에너지 설비

제도상 구멍도 크다. 원자력 발전소는 설계 수명이 다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혹독한 평가를 거쳐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한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전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정기 검사를 받는다. 태양광 발전소는 2~4년 주기, 풍력발전 설비는 3년 주기로 안전 검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20년 이상 된 노후 설비를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는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발전 사업자들이 수익을 위해 노후 설비를 무리하게 가동할 경우 이를 막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교수는 “일정 연한을 넘긴 설비에 대해 정밀 진단이나 계속 운전 평가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안전 검사도 전기안전공사 홀로 감당하기 힘든 시기가 오면 전문성을 지닌 민간 업체에 위탁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