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를 들여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생산 공장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 내부 모습. 포드는 이르면 올해부터 이곳에서 중국 CATL과 함께 개발한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포드코리아

미국 정부가 중국 공급망과의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 ‘빅3’ 완성차 업체인 포드가 중국 기업들과 협력을 넓히고 있다. 세계 배터리 1위 중국 CATL과의 배터리 기술 제휴,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비야디(BYD) 배터리 적용에 이어 중국 샤오미와의 전기차 협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 정부 기조와 엇갈리는 포드의 행보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포드의 행보는 한국 기업과의 ‘결별’과 중국 기업과의 ‘밀착’으로 요약된다. 포드는 지난해 말 SK온과 합작한 블루오벌SK를 해체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했던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도 전격 해지했다.

◇포드는 왜 中과 손잡나?

지난 1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드가 샤오미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합작 회사 설립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포드·샤오미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보도를 부인했지만, 미래차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포드가 중국과의 협업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포드가 중국 기업들과 손잡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란 분석이다.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캐즘 속에서 판매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포드의 전기차 판매량은 8만4113대로, 2024년(9만7865대)보다 14%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전기차 세액공제를 전면 폐지하면서 가격 경쟁력 부담이 한층 커졌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부는 2024년 51억달러(약 7조5000억원), 지난해 1~3분기(1~9월)는 36억달러(약 5조2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냈다.

포드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 CATL과 배터리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의 주력인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30% 가까이 저렴하다. 포드는 이르면 올해부터 미 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에서 CATL과 함께 개발한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포드는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ESS용 배터리도 2027년부터 미 켄터키주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역시 CATL 기술이 기반이다. 포드는 유럽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차종에는 BYD 배터리를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美 내 반발, 넘어야 할 산

미국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안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 하원 존 물레나 미중경쟁특위 위원장은 FT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에게 등을 돌리는 행위”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에는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CATL과의 관계를 설명하라는 내용의 서한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들도 포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등에서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 기업은 중국의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왔다. 하지만 포드를 시작으로 미·중 협력이 확대된다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실제 포드는 작년 말 캐즘 등을 이유로 SK온과 합작해 만든 미국 법인을 해체했는데, 합작 법인이 운영하던 켄터키주 공장에서 CATL과 ESS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SK온의 자리를 가성비를 앞세운 CATL이 대체하는 격”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