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도입한 임원 주식 성과급의 첫 지급 내역이 2일 공개됐습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삼성전자 임원의 성과급 규모가 주식 수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처음 드러난 것입니다. 통상 상무·부사장 등 일반 임원의 연봉과 성과급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등기 임원도 연봉 5억원 이상만 공시 대상입니다. 하지만 성과급을 주식으로 받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상장사 임원이 자사주를 단 1주라도 취득하거나 처분하면 무조건 공시해야 합니다. 주식 성과급이 그간 비밀이던 삼성전자 임원 성과급을 공개 영역으로 끌어낸 셈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내역은 2024년도 성과에 대한 보상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임원들과 약정을 맺고, 전년 실적에 따른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주식으로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상무는 최소 50%,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등기 임원은 100%였습니다. 그에 따라 자사주가 지난달 지급됐고, 그 내역이 공시된 것입니다.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졌던 노태문 사장은 4만579주, 약 62억원 규모의 주식을 받았습니다.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5135주(약 7억8000만원)를 취득했습니다. 2024년 5월 ‘반도체 구원투수’로 중도에 합류했고 당시 반도체 사업이 고전하던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삼성 2인자’로 불렸던 정현호 부회장은 1만3368주(약 20억원), 당시 사업지원TF 소속이었던 박학규 사장은 1만736주(약 16억원)를 받았습니다.
공시된 주식 수로 역산하면 각 임원이 최소 비율만 택했는지 아니면 그 이상을 선택했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내에선 임원별 주식 선택 비율 추정치가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비율이 애사심을 보여주는 일종의 척도처럼 비치면서, 임원들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임원들은 현실적인 부담도 생겼습니다. 주식을 지급받자마자 거액의 소득세가 부과됐기 때문입니다. 손에 쥔 현금은 줄어든 상황에서 억 단위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자, 회사가 세금 납부용 대출을 알선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습니다. 주식을 팔면 즉시 공시가 돼 마음대로 팔기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임원은 ‘기업의 별’이기도 하지만 ‘잡아 놓은 물고기’란 말도 그래서 나오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