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기업에겐 인재를 붙잡는 무기이고, 직장인에겐 때로는 연봉만큼 중요한 소득이다. 그런데 이 성과급이 임금이냐 아니냐를 두고, 대법원이 지난달 말 한꺼번에 세 개의 판단을 내놓으면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명목은 모두 성과급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절반만 임금’, LG디스플레이는 ‘전부 아님’으로 판결이 나왔다. SGI서울보증은 ‘임금으로 봐야 한다’던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판단을 가른 건 성과급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전제로 지급해 왔는가였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줄다리기의 새 기준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기업마다 ‘성과급을 대체 어떻게 줘야 하느냐’는 논의가 분주하다. 특히 올해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앞두고 노조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사측과 이를 막으려는 노측의 성과급 줄다리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주요 법무법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분석을 바탕으로 최근 판결의 요지와 기업의 과제, 향후 전망을 정리했다.

① 삼성전자 보너스, 뭐가 달랐나

삼성전자는 연말 보너스 격인 성과 인센티브(OPI·옛 PS)와 반기별 보너스인 목표 인센티브(TAI·옛 PI)를 지급한다. OPI는 연봉의 0~50%, TAI는 월 기본급의 0~100%를 준다. 대법원은 TAI는 임금으로 인정했고, OPI는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TAI의 경우 기본급의 일정 비율로 산식(월 기준급의 120%×사업부별 지급률)이 정해져 있어 직원이 근로의 대가로 기대할 수 있는 ‘확정적 임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반면 OPI는 회사가 자체 계산한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발생해야만 지급되는 ‘조건부 보상’으로 해석했다.

근로자들이 목표 달성 여부를 관리·통제할 수 있느냐도 핵심 조건이었다. 이번에 임금성이 인정된 목표 인센티브의 재무성과는 매출(매출액, 매출성장률 등)과 이익(세전이익, 세전이익성장률 등) 관련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매출 등 조직 성과를 개인 성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동희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매출 부분 등도 성과 인센티브와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좌우된다는 점을 재판부가 간과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② SGI서울보증은 왜 판결 뒤집혔나

SGI서울보증은 14년간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고, 근로자 노력과 밀접한 지표(보험료·구상금 등)를 토대로 산정한 만큼 하급심에선 모두 임금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과급의 전제 조건인 ‘당기순이익 발생’에 주목했다. 당기순이익은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환율이나 시장 상황 같은 외부 변수 영향이 크고, 당기순이익이 나지 않으면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욱래 변호사는 “SGI서울보증의 경우 성과급 지급 여부에 대한 재량권이 사장에게 있음을 취업규칙에 명시했고 14년간 실적이 나온 다음에 노사 합의로 지급률을 결정했다는 점도 임금성이 부정된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하급심과 동일하게 대법원에서도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급여규정 등에 성과급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 시장 점유율 등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 과거 여러 해 미지급되는 등 유동성이 컸다는 점이 핵심 이유였다.

③ 임금성 따지는 핵심 기준은

법조계가 꼽는 임금성을 가르는 잣대는 네 가지다. 첫째,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성과급을 명시하는 식의 ‘지급 의무’가 있느냐, 둘째, 근로 대가성이 있느냐, 즉 근로자의 노력이 목표 달성의 핵심 요인인지, 그 외 통제 불가능한 요소의 영향이 큰지 여부다. 셋째, 성과급을 계속·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급 대상과 조건이 사전에 확정돼 있는지도 관건이다. 실제로 취업규칙에 성과급 지급 근거와 대상, 조건을 비롯해 평가 등급별 지급률까지 명시한 삼성전자의 경우 임금성이 인정됐다.

법무법인 바른의 정상태 변호사는 “취업규칙에 성과급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으면 임금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매년 노사 합의로 지급여부와 지급률을 정하면 임금성이 부정될 수 있다”고 했다. 과거에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은 해가 있을 경우에도 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 변호사는 ‘근로 대가성’에 대해선 “성과급 재원이 당기순이익 등 이익창출 여부를 기반으로 했을 때는 임금성이 부정되지만 단순히 매출 목표 달성만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하면 근로 제공과 관련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했다.

④ 성과급 줄다리기 어떻게 될까

이번 판결은 산업계 전반에 성과급 제도 개편의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인재 확보를 위한 보상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인건비 부담이 급등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급 기준을 더 정교하게 다듬거나 취업규칙 문구를 손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지평의 김용문 파트너변호사는 “최근 판결은 향후 기업들의 성과급 제도 설계, 운영과 관련한 분쟁 해결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퇴직금 지급의 적법성을 재검토하고 소급분과 충당부채, 향후 인건비 영향 등 리스크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노조는 성과급의 임금 산입을 요구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사측과 이를 지켜내려는 노조의 갈등은 올해 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뇌관이 될 전망이다.

김동희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법원이 여전히 개별 사안을 갖고 판단하고 있어, 각 기업 입장에선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괄적인 기준이 나오면 좋겠지만 기업별로 상황이 다 달라서 성과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앞으로 기업들은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도록 성과 인센티브의 지급 기준에 변동성을 추가하거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임금성이 인정되는 규정이 들어간 경우는 이를 수정하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과급의 임금성

기업이 이미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의 ‘임금 인정 여부’가 중요한 것은, 임금으로 판단되면 평균임금에 포함돼 퇴직금과 실업급여, 각종 법정수당 산정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퇴직 직전 거액의 성과급을 받은 경우, 퇴직금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대법원의 관련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다만 기업마다 성과급 설계, 운영이 제각각인 데다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아 산업계에선 불확실성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