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한 쇼핑몰에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가 팝콘을 담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모델 S·X 생산 라인에서 이런 로봇을 연간 100만대 생산하도록 공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AP 연합뉴스

미국 테슬라가 창사 23년 만에 처음으로 직면한 매출 역성장의 돌파구로 휴머노이드를 선택했다. 일론 머스크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전기차 공장을 로봇 공장으로 전환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연간 100만대 생산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 내에선 “테슬라 역사상 가장 대담하면서도 위험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현지 시각) 테슬라는 지난해 자동차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695억달러, 전체 매출은 3% 줄어든 94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3년 창사 이래 첫 연간 매출 감소다. 놀라운 건 머스크의 해법이었다. 그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제 모델 S와 X를 명예롭게 마무리할 시점”이라며 단종을 공식화했다. 두 차종은 각각 2012년과 2015년 출시돼 테슬라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던 상징적 모델들이다. 하지만 중저가 전기차의 공습으로 판매량이 급감하자 과감히 손을 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대신 머스크는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 S·X 생산 라인을 연간 옵티머스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에 따라 2012년 ‘테슬라 1호 모델 S’를 출고했던 상징적인 장소인 프리몬트 공장은 ‘옵티머스 100만대 생산 기지’로 탈바꿈한다.

그래픽=양인성

◇현대차·테슬라, 車 기업이 ‘로봇’으로 승부

머스크의 결정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테슬라의 가장 오래된 공장과 검증된 수익원을 모두 거는 선택”, “앞으로 시장은 테슬라를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기업이라는 시각과 세계 최고의 로봇 기업으로 보는 시각으로 양분될 것” 등 기대와 우려가 섞인 평가를 내렸다.

머스크는 지난해에도 “향후 테슬라 기업 가치의 80%는 옵티머스가 될 것”이라며 전기차 판매 둔화 속에서 로봇 중심의 미래 비전을 강조해왔다. 테슬라는 이번에 한발 더 나가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예고했다. 올해 1분기 차세대 옵티머스(3세대) 출시를 예고하면서 “(100만대) 대량 생산을 위한 설계 모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지난 7일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 이동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아틀라스를 연간 3만대 양산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현대차의 미국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연합뉴스

반면 올해 초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처음으로 공개한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를 2028년 미국 전기차 공장부터 투입하고 연 3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 아틀라스는 공장·물류 현장에 투입 가능한 산업용으로 가격은 약 14만달러로 예상된다. 반면 테슬라 옵티머스는 가정과 서비스 영역까지 아우르는 범용 AI 로봇을 지향한다. 목표 가격은 약 3만달러다.

◇양산·수익화 과제… ‘로봇의 챗GPT 순간’ 기대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로 가기 위한 관건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양산 체계, 수익성 확보,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의 갈등 문제다.

기술적으로는 중국 유니트리(Unitree)가 지난해 휴머노이드 5500대를 출하하며 양산 경쟁에 불을 지폈다. 유니트리 왕싱싱 CEO는 “현재 로봇 산업은 챗GPT 출시 1~3년 전과 비슷하다”며 폭발적 성장을 예고했다. 머스크도 “옵티머스 생산 속도는 결국 미친 듯이 빨라질 것”이라며 “초기에는 느리지만 일정 궤도에 오르면 급격히 가속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는 휴머노이드 도입이 노사 갈등의 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의 로봇도 투입할 수 없다”며 ‘로봇 거부’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대차 노조 사례를 언급하며 “(로봇 투입이라는)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 그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산업을 넘어 사회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