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시장 침체 속에서도 수익성을 대폭 개선해 1조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통해서다.

29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3조6718억원,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7.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33.9% 증가했다. 불황 속 실적 개선에 대해,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전동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화로 수요 환경이 위축됐지만, 고수익 제품 위주 판매 전략과 북미 ESS 생산 본격화로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조(兆) 단위 계약이 줄줄이 파기되는 등 ‘전기차 캐즘’의 한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미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전기차 구매에 적용되던 7500달러(약 1100만원) 규모의 세액공제(보조금)를 폐지하는 등 전기차 지원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맺은 3조9000억원 규모 계약, 포드와 맺은 9조6000억원 규모 계약이 지난달 잇따라 해지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핵심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ESS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이 CFO는 “북미 ESS 생산 거점을 미시간 홀랜드 공장으로 조정해 양산 시점을 앞당기고, 폴란드와 북미의 EV 유휴 라인을 ESS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 생산 라인 활용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도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 감소를 ESS 사업 고성장으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10% 중반에서 20% 수준으로 키우고,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회사 측은 “글로벌 로봇 선도 업체 6곳과 배터리 공급 및 양산 시점을 협의 중이며, 선박·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으로 적용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