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로보틱스를 앞세워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글로벌 제조업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물리적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서 세계적 역량을 가진 우리가 파트너들과 과감히 협력해 생태계를 넓혀 나간다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자동차 제조로 쌓은 물리적 역량에 AI를 결합해 피지컬 AI 선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에서 선보인 현대차그룹의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이런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고 수준의 ‘AI 두뇌’ 적용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피지컬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블랙웰 GPU(그래픽 처리 장치) 5만장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국내에 AI 기술 센터를 설립하는 등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차량 내 AI부터 자율 주행, 생산 효율화, 로보틱스까지 피지컬 AI 전 영역에서 함께 움직인다.
정 회장은 CES 기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주요 경영인들과 잇따라 만났다. 올해 CES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고도의 신체 역량을 지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범용적 바디(로봇의 몸체)’와 최고 수준의 지능을 갖춘 구글의 ‘범용적 두뇌(AI)’가 결합하면 한층 진화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다. 제조, 물류, 판매 등 전 밸류체인의 현장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AI 학습에 활용하고, 이를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로보틱스, 스마트 팩토리, 자율 주행 등 실제 환경에서 하드웨어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모빌리티를 넘어 로보틱스 전반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아틀라스, 2028년 공장 투입
아틀라스는 올해 CES의 주인공이었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는 56개의 자유도를 갖춘 관절을 바탕으로 360도 회전할 수 있고, 전방위 카메라로 주변을 감지한다. 최대 50㎏ 운반이 가능하며 방수·방진 기능과 자율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갖췄다.
IT 매체 CNET은 “인간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보행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비전을 증명했다”며 아틀라스를 최고의 로봇으로 선정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50개 이상이던 모터를 세 가지 유형으로 표준화하고, 3지 그리퍼(gripper·로봇 손)와 교체 가능한 팔다리를 적용해 현장 활용도를 높였다.
아틀라스는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에서 실제 공장 데이터로 훈련받은 뒤, 2028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부품 분류 작업을 시작한다. 2030년에는 자동차 조립 같은 복잡한 업무까지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 기반 공장(SDF)’ 전환도 추진 중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공장은 업데이트가 쉽고 전 세계 공장이 실시간으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 한층 원활해지는 환경이다.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도 올해 CES에서 눈길을 끌었다. 독립 제어되는 네 바퀴와 자세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형을 이동하고 울퉁불퉁한 표면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 장애물을 안전하게 피할 수 있어 일상 속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