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상을 선언하며 내건 명분은 “한국 국회가 비준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된 ‘대미투자특별법’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미 합의 사항을 담은 팩트시트(Fact Sheet)엔 투자를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지난해 11월 양국이 발표한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의 핵심 내용은 한국이 조선·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 광물·인공지능 등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 총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최대 15%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다. 합의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2029년 1월 19일)에 직접 투자하기로 한 2000억달러를 투자처로 결정하되, 1년 투자 규모는 200억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담겼을뿐, 언제 투자를 개시한다는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한국은 ‘트럼프 임기 내에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반면, 성과가 급한 트럼프는 ‘왜 바로 돈을 안 쓰냐’며 화를 내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발생한 구조적 원인이다.

트럼프가 문제 삼은 대미투자특별법 역시 합의문에 명시된 의무 조항이 아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투자를 집행할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과 기금 운용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입법을 추진했다. 미국이 “특별법을 만들어라”라고 요구한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스스로 정한 절차라는 뜻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협상이 급박하게 타결되며 추후 협의하기로 미뤄둔 항목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 살아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