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LS의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하면서, ‘알짜 자회사 상장’을 준비해온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상장사 아래 비상장 자회사를 키운 뒤 기업공개(IPO)로 성장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 ‘중복 상장=주주 피해’ 프레임에 갇히면서, 국내 상장 자체가 리스크가 큰 카드가 됐기 때문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무조건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현 정부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자자 표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도 기업들로선 부담으로 꼽힌다.

앞서 LS그룹은 26일 오전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소액 주주들의 반발에 이재명 대통령의 부정적인 입장까지 더해진 여파다. LS 측은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우려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 보호 및 신뢰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며 “프리IPO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와 새로운 투자 방안에 대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장 추진 기업들, 고심 깊어져

재계에서는 “LS가 차라리 해외를 택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에식스솔루션즈의 모회사 슈페리어에식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였고, LS가 1조원을 투자해 2008년 상장 폐지를 거쳐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LS가 추진했던 상장은 ‘한국 시장에 해외 우량 자산을 등판시킨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내에선 상장사·자회사 동시 상장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 여파로 기업들이 국내 IPO 대신 해외 상장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우 나스닥 직행이 예상되지만, 만약 국내 상장을 추진한다면 비슷한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기아가 주축이 된 HMG글로벌이 56.5%, 정의선 회장이 22.6%, 현대글로비스가 11.25%, 소프트뱅크가 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는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등 상장을 노리는 대기업 자회사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특히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주관사 선정까지 마치며 IPO에 시동을 걸었다. HD현대는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로봇 사업 특성상 IPO를 통해 신규 자금을 유치해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주사인 HD현대가 HD현대로보틱스 지분 81.82%를 보유하고 있어, LS 사례처럼 중복 상장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SK에코플랜트도 올해 7월을 목표로 준비해 왔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신중히 보며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지주사 SK㈜가 지분 62.1%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들은 ‘지주사 증자, 인적분할’ 선호

정부와 소액 주주들은 “자회사 상장 말고, 모회사가 유상증자를 하거나 인적분할을 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모회사 유상증자는 대주주 지분율 희석과 주가 하락을 동반하는 악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민감한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주가 폭락을 부를 증자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인적 분할도 마찬가지다. 상장을 전제로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원하는데, 주식을 나눠주는 인적 분할로는 돌려줄 투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만약 대주주가 증자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지분이 희석돼 지주사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유상증자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했다.

현재 기업들은 지금 같은 외부적 변수로 상장이 지연됐을 때, 프리 IPO 투자자들과 책임을 어떻게 산정해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거래소와 금융 당국이 중복 상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주주 보호 방안 등을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기준이 나올 때까지는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