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GM부품물류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집단해고 해결 등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GM이 연초부터 노사 갈등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27일 GM의 픽업트럭 브랜드 GMC가 한국에서 신차를 공개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단은 ‘직영 정비소 폐쇄’입니다. 한국GM은 작년 11월 수익성 제고와 사업 재편을 위해 전국 9개 직영 정비소 문을 닫겠다고 했습니다. 오는 2월 15일부터는 380여 협력 서비스센터가 그 일을 대신합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 5사 중 직영 정비소를 없애는 건 한국GM이 처음입니다. 그러자 한국GM 노조의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26일 법원에 ‘직영 정비소를 폐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내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자동차 안전을 외주화한 것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세종 부품 물류센터 문제까지 덮치며 노사 갈등은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쉐보레 등 한국GM 차량의 A/S 부품을 보관하고 전국 서비스센터와 수출용 물류를 담당하는 핵심 기지입니다. 한국GM은 지난 연말과 연초에 걸쳐 물류센터 운영 업체를 기존 우진물류에서 정수유통으로 바꿨습니다. 일자리를 잃게 된 우진물류 직원 120명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물류센터를 점거하고 부품 유통을 막아선 것입니다. 한국GM은 “부평·창원 공장 생산직으로 채용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대다수가 거부해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한국GM은 “유통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쉐보레 차주 등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직구도 어렵다” “사고가 나면 수리에 기약이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GM은 극한의 노사 갈등 끝에 ‘군산 공장 폐쇄’라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지속된 노사 갈등으로 한동안 ‘한국 철수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신차를 내놓으며 반전을 노리는 순간에 정작 기존 고객들은 부품이 없어 차를 못 고치는 정비 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고객을 볼모로 잡은 집안 싸움이 계속된다면,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고객이 있어야 노사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