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던 신규 원자력 발전소 2기 건설을 결국 다시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에 에너지 주무부처의 정치적 행태 탓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상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기후부가 여론조사 기관 2곳을 통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원전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나타나자 김 장관도 결과를 수긍하고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초 여야 합의로 수립한 11차 전기본에는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이 반영됐다. 2.8GW(기가와트) 규모 원전 2기는 2037년과 2038년에 준공하고, 0.7GW 규모 SMR은 2035년까지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그러나 이 계획이 국민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며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기후부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두 차례 정책토론회에 이어 최근에는 2개 기관을 통해 대국민 여론조사를 벌였다. 여론조사 결과, 한국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90% 가까이 나왔고,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은 60% 이상 나왔다.
김 장관은 “기후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을 전 분야에서 감축해야 하고, 특히 전력 분야의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존에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외에 추가 원전 건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2기 이상의 원전 건설 여부를 묻는 말에 “일부러 닫아두진 않고, 어느 정도 수준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믹스에 맞는지를 12차 전기본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 비중을 확대하지 않고 기존 목표를 ‘유지’하려고만 해도 신규 원전 20기 건설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23일 “11차 전기본에서 정한 2038년 원전 비중 목표 35%를 2050년에도 유지하려면 신규 대형 원전 20기와 SMR 12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 보완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발전 등의 역할을 강화하고, 원전의 단점인 경직성을 해결하기 위해 탄력운전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현재 마련 중인 제12차 전기본에는 인공지능(AI)·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믹스와 분산형 전력망 계획 등을 과학적·객관적으로 담아내겠다고 했다.
11차 전기본상의 신규 원전은 조만간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지 공모에 나설 방침이다. 약 5~6개월간의 부지평가·선정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획득하고, 2037~38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은 13년 11개월이다. 오늘 당장 부지가 선정된다고 해도 준공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 업계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자꾸 정치화하니까 원전 적기 건설의 ‘골든 타임’만 놓친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