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공장에서 생산되는 후판 모습. /포스코 제공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요청한 사례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저성장 여파로 일부 산업의 주요 제품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한국에 저가로 밀어내는 사례가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22일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국내 기업의 반덤핑 조사 신청은 총 13건으로, 무역위가 출범한 1987년 이래 가장 많았다. 접수된 13건 중 9건이 중국을 대상으로 했다. 그 뒤를 EU(3건), 태국(2건), 일본(1건)이 이었다.

덤핑 피해가 두드러지는 품목은 철강과 석유화학이다. 지난해 접수된 13건 중 10건이 철강(5건)과 석유화학(5건) 관련이었다. 두 품목이 최근 5년 동안 접수된 반덤핑 조사 신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한다.

두 품목의 피해가 늘어나는 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로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에 관세 50%를 매기는 등 세계 각국이 철강 수출 장벽을 노골적으로 높이고 있어, 한국에 대한 저가 공세가 더 거세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역시 중국산 철강 4품목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하기도 했다. 전체 부과 건수(8건)의 절반이 중국산 철강 제품 대상인 것이다.

2024년부터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철강 제품 덤핑 조사 신청이 접수되면서, 덤핑 조사 신청이 접수된 품목의 평균 시장 규모도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1조7971억원으로, 3년 전(3976억원)보다 352% 커졌다. 덤핑 피해가 과거에 비해 덩치가 큰 주력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역위는 이날도 광통신 케이블에 쓰이는 중국산 단일모드 광섬유에 5년간 43.35%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를 재정경제부에 건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태국산 이음매 없는 동관에 대해서는 국내 산업 피해가 있다는 예비 판정을 내리고, 3.65~8.41%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건의하기로 했다. 에어컨,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나 냉난방 및 공조 시스템이 흔히 쓰이는 제품이다.

서가람 무역위 상임위원은 “미국·유럽연합(EU) 등이 무역 장벽을 높이는 등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올해도 국내 기업의 피해 신청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업계와 소통하며 국내 산업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