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사업을 총괄하는 박민우 신임 사장(첨단차플랫폼본부장)이 21일 내부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를 통해 ‘안전하게 확장 가능한 자율주행’과 ‘원팀’을 강조했다. 경쟁사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자율주행 상용화 관련해 사업 속도도 당부하면서, 그간 내부에서 혼선을 빚었던 사업 부서 간 협업도 다시 점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3일 향후 자율주행 등 미래차 개발을 주도할 사령탑으로 테슬라와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던 박 사장을 영입했다. 사장급인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포티투닷 대표를 맡겼다. 1977년생으로 엔지니어 출신인 박 사장은 엔비디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에서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인사말을 통해 “이제 리더십은 단순히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확장(Scale-up)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그동안 리더십 공백 속에서 여러분이 느꼈을 막막함과 불안함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소임을 다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전임자였던 송창현 전 본부장이 작년 12월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혼란스러웠던 내부 분위기를 우선 챙긴 메시지였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하나”라며 “‘리더 한 명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아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일 뿐”이라며 “제아무리 뛰어난 지휘자라도 제1 바이올린과 바이올린 그룹, 제1 첼로와 첼로 그룹, 등등 그리고 모든 연주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했다. 외부 인사인 박 사장 영입 때부터 주목받은 테슬라, 엔비디아 경력을 내세우기보다 조직 구성원 개인의 역할과 협업부터 거듭 강조했다.
박 사장은 2026년을 자율주행 산업의 분수령으로 규정했다. 그는 “L2++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는 전환점에서 이제 경쟁의 기준은 ‘누가 먼저 기술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확장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L2++ 자율주행은 운전자 감독하에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이 목적지까지 알아서 주행하는 기술 수준을 뜻한다. 최근 테슬라의 FSD 등 시장에 상용화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현대차 자율주행 조직이 두 가지 트랙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고객이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 전체의 지능형 모빌리티를 떠받칠 ‘피지컬 AI’ 등 핵심 기술 내재화를 강조했다. 박 사장은 빠른 상용화를 위한 과정에서 외부 기술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도 시사했다. 박 사장은 “목표 앞에 우리의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때로 나의 (기술) 모듈이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저도 많이 경험해봤다”고 했다.
박 사장은 “이 두 축은 결코 상충하지 않으며, 내재화된 기술이 시장 실행력을 뒷받침하고 시장에서의 데이터와 피드백이 다시 내재화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사장은 AVP본부와 포티투닷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하나”라고 못 박았다. 그는 “AVP는 실행, 포티투닷은 내재화라는 식의 칸막이는 없을 것”이라며 “기술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융합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엔비디아와 벤츠의 협업 사례를 언급하며, 조직, 툴(도구), 자산을 공유하는 ‘완전한 믹스드 팀’ 수준의 협업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기존 현대차 남양연구소 개발진과 포티투닷 사이에 자율주행 개발 방향 등을 두고 갈등이 컸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비전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술과 사람이 조화된 차세대 지능형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고, 대한민국이 이 분야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 강자로 인정받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동경하는 조직, 자율성과 책임, 공동의 목적이 살아 숨 쉬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