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어떻게 불러야 맞는 것일까.

사고가 발생한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해당 사고의 명칭을 두고 정부와 유족이 대립하고 있다. 유족 측에서 사고 지역과 항공사를 담은 명칭으로 부르자고 정부에 요구하는 중인데 정부는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무안공항에서 대형 사고가 난 직후인 지난해 1월 정부와 유족은 국제연합(UN)이 설립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관행을 근거로 ‘12·29제주항공여객기참사’로 명칭을 정했다.

이후 국회가 4월 ‘12.29여객기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는 ‘12.29여객기참사’로 명칭을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반면 유족들은 지난해 5월부터 해당 사고를 ‘12·29무안공항제주항공여객기참사’라고 부르고 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해 5월 유가족협의회를 조직하면서 사고 명칭에 책임 주체를 명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비행기가 공중에서 폭발한 것이면 제주항공의 책임이 크지만, 무안공항 둔덕이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 둘 다 넣었다”고 했다.

지난 20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조사에서 양현배 한국공항공사 항행시설실장이 방위각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뒤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위각 시설의 모습이 보인다./연합뉴스

일부 유가족 사이에서는 정부가 무안공항 둔덕과 사고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위해 항공사와 지역을 명칭에 담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그동안 사고 항공기인 제주항공 2216편 조종사의 과실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수차례 유족들에게 알렸다. 사조위는 지난해 7월 엔진 조사 결과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조종사가 비상 절차를 수행하던 중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좌측 엔진을 정지시켜, 정지된 상태에서 충돌’이라고 조종사 과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조종실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가 공개되면서 새 떼가 엔진에 부딪힌 이후 화재를 차단하기 위해 조종사가 매뉴얼에 따라 엔진을 껐다는 점과 긴급신호인 ‘메이데이’를 세 차례 외친 뒤 4분이 지나 둔덕과 충돌한 것 등이 밝혀지며 둔덕을 잘못 만든 책임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태다.

김은혜 국민의힘 국회의원실이 발표한 내부 비공개 충돌시뮬레이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방위각 제공시설이 ‘둔덕이 없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로 지지되어 있었다면 항공기는 담장을 뚫고 지나갔을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가 많지 않았을 수 있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김은혜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해당 사고를 ‘12.29여객기참사’로 부르는 것은 ‘무안공항’을 명칭에 넣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공항 자체의 과실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앞으로도 해당 사고의 명칭을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많은 재난 사고를 보면 그 명칭이 미치는 효과가 여러 가지 있었다”라면서 “특히 사고 명칭에 지역이 포함되면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유족이 사고 후속 조치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다 논의된 공식 명칭을 바꿀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