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올해 평균 영업이익률이 20%대로 훌쩍 뛸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웃돈을 얹어서라도 데이터센터용 초고압 변압기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잔고는 이미 2028년 물량까지 가득 찬 상태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 1위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27%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의 전력기기 부문 영업이익률도 각각 18%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요 전력기기 3사의 영업이익률이 모두 20% 안팎에 이르며, 전력기기 사업의 수익성이 국내 제조업 평균(지난해 3분기 기준 7.1%)의 3배에 달하는 이례적인 ‘꿈의 마진’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같은 호황은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몸값이 비싼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폭발한 데다, 고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9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HD현대일렉트릭은 2023년(3152억원) 대비 영업이익 규모를 세 배 가량으로 키웠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1.7%에서 23.7%로 두 배 높아졌다. 그 결과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말 기본급 등 약정 임금의 1195%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며, HD현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지급률을 기록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7년 전만 해도 연속 적자로 그룹 내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사업이 이제는 대표적인 효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초고압 변압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기기 업체들은 ‘수퍼 을(乙)’로 떠올랐다. 판매자 우위 국면이 이어지며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지난해 수주 잔고의 절반 이상을 미국발(發) 고수익 주문으로 채워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전체 수주 잔고 가운데 미국 비중이 이미 65%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생산 전초기지인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의 증설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미국발 고수익 수주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LS일렉트릭 역시 지난해 말부터 부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의 생산 능력이 약 3배 확대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공업 비중이 높은 변압기 제조 공정 특성상 숙련 인력이 필수여서 생산 설비를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며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신중하게 증설에 나서고 있어 향후 3년가량은 초고압 변압기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