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16일 “테슬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한 밀란 코박(Milan Kovac) 전 부사장을 자문역으로 영입하고, 그룹 산하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외이사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박민우 엔비디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을 미래차 전략을 총괄하는 첨단차플랫폼 본부장(사장급)으로 영입한 데 이어, 글로벌 빅테크 출신 핵심 두뇌를 잇따라 영입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피지컬(Physical)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관련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X 옵티머스 개발진과 기념 촬영 자신이 개발을 주도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앞에 두고 동료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밀란 코박 전 부사장(맨 앞 서 있는 이). 현대차그룹은 16일 그를 자문역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코박 전 부사장은 AI 기반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손꼽히는 스타 개발자로 통한다. 일본 소니 등을 거쳐 2016년 테슬라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매니저로 합류한 그는, 8년 만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을 총괄하는 부사장에 올랐다. 테슬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끌었고, 옵티머스 개발 책임자에 발탁돼 하드웨어·소프트웨어·AI를 아우르는 로봇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테슬라 내에서도 안드레이 카르파티 전 AI 디렉터, 아쇼크 엘루스와미 오토파일럿·AI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과 함께 사내 기술진을 이끄는 핵심 3인방으로 불렸다. 지난해 6월 테슬라를 퇴사했을 때 일론 머스크 CEO가 자신의 SNS에 “아무것도 없던 옵티머스 팀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키워줘서 고맙다”는 감사 메시지를 남길 정도였다.

현대차그룹이 연초부터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선 것은 그룹의 무게 중심이 전통적인 제조에서 피지컬 AI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영입을 계기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 로봇 제품군의 중장기 혁신 전략과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코박 전 부사장이 개발을 직접 지휘하는 역할이 아니라 전략 자문역과 사외이사여서 실제 연구 개발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이 아직 로봇 분야에서 뚜렷한 상용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외부 인재 영입이 실질적인 수익 모델 창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