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SK하이닉스의 ‘평균 1억원 연말 성과급’이 조만간 확정된다. 증권사 12곳의 작년 4분기 전망치를 반영하면 SK하이닉스의 2025년 영업이익은 약 45조원(3분기 누적 영업이익 28조원+4분기 전망치 16조9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회사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한 만큼, 직원 3만3000여 명에게 돌아갈 몫은 1인당 평균 1억3000만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근속 연수나 직급, 고과 등에 따라 2억원 이상을 받는 이도 속출할 전망이다.

이런 파격적인 대우가 가능한 것은, 성과급 상한이었던 ‘기본급 1000%’ 제한을 올해부터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성과급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글로벌 반도체 인재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결단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업계까지 자극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영진이 직면해야 할 만만찮은 딜레마가 숨어 있다. ‘성과 공유’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협력사와의 상생과 주주 환원, 미래 투자라는 세 가지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성규

◇노란봉투법, 개정 상법에 모두 영향

첫째 딜레마는 협력사와의 상생 이슈다. 오는 3월 시행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은 원청인 대기업에 대한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등 권익 확장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상 최대 성과를 향유하는 것에 대해 “우리도 SK하이닉스 호실적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본사 직원들끼리만 성과를 나누느냐”는 협력사 직원들의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화오션이 하청 직원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성과급 비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압박도 커진 상태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 10일 사장단 회의에서 “최근 SK하이닉스가 잘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성과 보상과 상생 간 정교한 조율이 더없이 중요해진 것이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문화되면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들의 배당 확대 요구도 그 어느 때보다 거셀 전망이다. ‘직원들만 돈 잔치하느냐? 주주 배당도 크게 늘리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측은 “동반 성장 및 주주 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내부 구성원과 주주를 모두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생산 설비, R&D 투자 시급

SK하이닉스는 ‘미래 투자’ 고민도 크다. AI 열풍으로 역대급 HBM(고대역폭 메모리) 상승 기류를 만났지만, 삼성전자 대비 생산 설비가 부족해 서둘러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경기도 용인에 짓기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금은 당초 120조원에서 첨단 공정 및 장비 추가와 용적률 향상 때문에 5배인 600조원으로 치솟았다. SK그룹은 대규모 투자금 조달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와 외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노조와 합의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인재와 투자의 두 바퀴로 돌아가는 산업으로 어느 한쪽이라도 부족하면 망하는 구조”라며 “투자와 보상의 미묘한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