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2일 경기도 하남시 동서울 변전소를 방문해 전력설비 옥내화 건설현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국가 기간 전력망)’ 구축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 ‘동서울 변전소 증설 사업’과 관련해, 한국전력과 정부가 변전소를 다른 곳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약 6년 전 이 부지를 선정한 뒤 ‘최적의 부지’라고 강조한 한전과 정부가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로운 지역 선정 작업을 또 거칠 경우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에 발맞춘 신속한 전력망 확충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에너지 분야 산하기관 업무 보고 관련 사후 브리핑에서 ‘하남 동서울 변전소 증설 사업’ 진행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대체 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토 중인 후보지는 지역 주민들이 요구한 기존 부지에서 10㎞가량 떨어진 팔당댐 상수원 보호 구역과 감일동 광암마을, 동서울 요금소 인근의 옛 미군 기지 터 등으로 알려졌다.

동서울 변전소 증설은 동해안의 원전·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만들어져 실려온 전기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수도권 각 기업과 가정 등에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다. 약 7000억원이 투입된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 건설 사업의 마지막 단추에 해당한다. 이 변전소 증설을 두고 주민 반발 등 갈등이 빚어지면서, 동해안~수도권 HVDC(초고압 직류 송전) 송전선로 사업은 이미 8년 지연됐다.

한전 입장이 달라진 것은 새로 임명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지난 연말 김 장관은 동서울 변전소 증설 사업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두 차례 만나 지역 주민 여론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대체 부지 이전을 제안하자, 김 장관이 한전에 ‘대체 부지 이전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올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검토’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주민 여론을 근거로 한 부지 재검토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전국 전력망 확충 사업 기간과 그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후부와 한전 측은 지역 주민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차원에서 대체 부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여전히 반대 여론이 높은 만큼 지역 주민이 제안하는 대안도 성실하게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차 소통할 계획”이라며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