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부터 은(銀)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하면서, 은이 산업용 금속을 넘어 ‘전략물자’로써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이에 비철금속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대량의 은을 생산하는 고려아연과 LS MNM 등 국내 제련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14일 제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은 판매량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누적 1535t(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연간 판매량은 2022년 2100t, 2023년 1900t, 2024년 2000t으로 집계됐다. 2024년을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 은 생산량(3만6000t)의 5.6%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는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의 은 생산지로 꼽힌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귀금속 매장에 실버바가 진열돼 있다./뉴스1

지난 2024년 기준 고려아연의 은 매출액은 2조3836억원으로 총 매출액(8조890억원·별도 기준)의 29.5%를 차지했다. 주 생산품인 아연의 매출액이 2조5605억원, 매출 비중이 31.7%인 점을 고려하면 고려아연 생산품 중 두 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은 셈이다.

지난해 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고려아연의 은 매출액도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 가격은 지난해에만 15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은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8270억원으로 전년동기(6550억원) 대비 26.3% 증가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은 현물 가격은 장중 사상 최초로 온스당 80달러를 넘어섰다. 14일 오전 9시(한국 시각) 현재 가격은 온스당 88달러선을 기록 중이다.

LS MnM도 지난해 400t의 은을 생산했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규모로 구리 제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연간 680kt(킬로톤) 규모의 전기동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은을 뽑아낸다. LS MnM 관계자는 “연간 1200t 규모의 금·은 등 귀금속을 얻을 수 있는 설비 시설을 갖췄지만, 지난해에는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생산량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올해 은 가격이 온스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태양전지·패널 등에 은이 사용되기 때문에 올해도 수요 증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테슬라 전기차 1대에 은은 25~50g, 고사양 태양광 패널 1장에는 약 20g에 들어간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전선이나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 수요가 늘었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나타나면서 은값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사업보고서에 은의 구체적 용도로 ‘전기도금, 전기접점’ 등을 명시해 두고 있다. LS MNM도 ‘태양전지의 전극 소재, 전기전자 전극소재’ 등으로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은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은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2026년 수출 허가증 관리 대상 화물 목록’에 은을 포함했다. 이는 올해부터 2년 간 정부가 지정한 44곳의 기업에게만 은 수출을 허가하는 조치로 사실상 은 수출 통제에 해당된다.

중국은 ‘자원 및 환경보호’를 이유로 은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희토류 수출 제한과 자원 무기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은 매장량은 세계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은 수출량은 4600t에 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중국의 조치를 언급하며 자신의 X에 “이건 좋지 않다. 은은 많은 산업 공정에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도 지난해 11월 자국의 경제,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목록에 은을 추가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은의 유통량이 줄어들면서 은 가격의 민감도가 평소보다 3~4배 높아졌다”며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금융 전문 매체인 FX스트리트도 “전 세계 은 공급의 약 60~70%를 차지하는 중국은 과거 희토류처럼 은을 전략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44개 업체로 제한된 수출 면허 제도가 글로벌 산업용 은 시장에 ‘공급 쇼크’를 일으켜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