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임원들에게 적용해 온 성과급의 자사주 의무 수령 제도를 폐지한다. 이른바 ‘5만 전자’ 시절 주가 부양과 책임 경영을 내걸고 도입했던 강제 규정을 없애고,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임원들도 현금과 주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제도 도입 당시의 명분이 희석된 데 따른 조치다.
12일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전년도 성과급(초과이익성과급·OPI)의 0%에서 50%까지(10% 단위)를 자사주로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고, 이달 말 주식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사주를 1년간 보유하기로 약정하면, 주식 보상액의 15%만큼의 주식을 추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지난해 1월 임원들에 대해 도입한 ‘의무 조항’ 폐지다. 당시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에 머물던 시기로 주주들의 불만이 클 때였다. 회사 측은 주주 불만을 완화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임원 성과급의 자사주 수령을 의무화했다. 상무는 성과급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등기임원은 100%를 자사주로 받도록 한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임원들의 책임 경영과 함께 주가 관리를 강화해 주주 중시 경영을 확대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1년 만에 삼성전자가 ‘14만 전자’로 불릴 만큼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가 부양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데다, 임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절반 이상이 주식에 묶여 부담이 크다” “임원은 주식을 팔면 공시 대상이 돼 사실상 팔기도 어렵다”는 사내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제도 시행 1년 만에 임원 의무 규정을 없애고, 직원들처럼 성과급의 0~50% 범위에서 자사주를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책임 경영’ 강화라는 기조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자율성을 더 부여했을 뿐이고 제도 대상이 직원으로 넓어진 만큼 책임 경영은 더 강화된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