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 시각)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미국 자회사 ‘모셔널’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에서 열린 간담회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사업의 방향과 속도를 밝히는 자리였다.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 부문 ‘웨이모’, 중국 IT 기업 바이두의 ‘아폴로 고’가 이미 상업화 단계까지 도달한 상황에서, 이 분야에서 후발 주자 격인 현대차그룹이 생각하는 미래 자율 주행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모셔널 테크니컬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셔널 로라 메이저 CEO, 현대차 김흥수 부사장, 유지한 전무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이날 간담회에는 로라 메이저 모셔널 CEO, 김흥수 현대차·기아 글로벌 전략(GSO·Global Strategy Office) 본부장(부사장),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전무)이 자리했다. 핵심 주제는 모셔널이 작년 새로운 기술 돌파구로 제시한 AI(인공지능)를 접목한 ‘대규모 주행 모델(LDM·Large Driving Model)’ 그리고 올해 연말 목표로 제시한 ‘상용화’였다.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로보 택시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모셔널은 기술 고도화를 위해 작년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규칙 기반(Rule-based)’ 자율 주행 방식에 테슬라가 대표 격인 ‘학습 기반’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규칙 기반 방식이 ‘빨간불이면 정지선 앞에 정지한다’ 같은 도로 운전 규칙과 지도를 각각 학습시키는 반면, 엔드투엔드 방식은 차량이 실제 운전자 행동과 비슷하게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 제어까지 처리한다.

모셔널은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다(Radar) 등 30개 이상의 이종 센서를 활용한 멀티모달 센서 전략을 택했다. 과거와 같은 라이다와 고화질 지도에 의존하는 방식도, 테슬라와 같은 ‘카메라 온리’ 방식도 아니다. 모셔널은 다양한 센서에서 다각도로 확보한 데이터를 일종의 자율 주행용 ‘챗GPT’ 같은 거대 AI 모델 LDM을 통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모셔널 미디어 데이에서 기자 질의에 답변하는 모셔널 CEO 로라 메이저./현대차그룹

이 같은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한 이유에 대해 메이저 CEO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고 이를 위해서는 멀티 모달 방식이 필수”라며 “카메라뿐 아니라 라이다, 레이더 등을 활용하면 비전 기반 센서에 오류가 있더라도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 비 등 기후 환경에서도 멀티 모달 방식을 사용하면 안정적으로 레벨4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이저 CEO는 “단순히 룰베이스에서 E2E로 전환할 뿐 아니라 머신러닝 기반에서 LDM으로 전환하면서 범용성과 비용 효율성을 갖추고 있어 신규 도시 적용에 용이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방식을 활용해 최소한의 안전(safety guardrail)은 룰베이스 기반으로 확보할 계획으로, 편안하면서도 안전한 레벨4 자율 주행을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흥수 부사장도 “모셔널은 레벨4 이상의 로보 택시인 만큼 바로 E2E 방식을 적용하기보다는 안전 등을 고려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LDM의 개발 수준’에 대해 그는 “모셔널은 타사와 달리 자율주행 레벨 4 달성을 위해 ‘체화된 AI(embodied AI)’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특화 모델로 시작해 대규모 주행 모델로 개발될 수 있도록 통합 중”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피츠버그,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별) 특화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대규모 모델로 통합해 ‘범용’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모셔널 미디어 데이에서 기자 질의에 답변하는 현대차·기아 GSO본부장 김흥수 부사장./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자회사인 모셔널의 로보 택시 기술이 현대차 양산차 기술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유지한 전무는 “양산차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운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운전 편의를 지원하는 기술”이라며 “모셔널에서 개발하는 레벨4 수준의, 운전자를 대체하는 기술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고 기술이 발전되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궁극적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모셔널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을 담당하는 양대 축이었던 AVP(첨단차플랫폼)본부 및 자회사 포티투닷(42dot)과 기술 협업도 과제였다. 작년 12월 최근 AVP 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를 겸직하던 송창현 사장이 퇴임하면서 양사의 협업도 다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흥수 부사장은 “그룹 차원의 역할 분담 체계에서 AVP본부와 포티투닷은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아키텍처 중심으로 개발하고 모셔널은 레벨4 이상의 로보택시 기술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레벨 4 자율주행 운영 노하우와 안전 검증 체계를 포티투닷이 추진하는 ‘아트리아AI’ SDV 고도화 로드맵과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검토한다. 유지한 전무는 “서로 장점을 살려 데이터 공유, 모델 통합 등도 검토하고 있다”며 “아트리아AI는 올해 또는 내년에 양산차에 적용할 ADAS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통합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했다.

모셔널 미디어 데이에서 기자 질의에 답변하는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 유지한 전무./현대차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세 사람의 발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안전’이었다. 김흥수 부사장은 “로보택시 회사별로 서로 다른 정책을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교통 법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정책을 택한 업체도 있지만, 모셔널은 연말 상용화를 앞두고 고객들이 편안하게 느끼면서도 법규 및 안전 관점에서 어느 정도 마진을 둘지(유연하면 좋을지)를 지속 검토하고 있고, 결국 고객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최적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상용화 그리고 이후 수익화 모델에 대한 해법은 명확하지 않았다. 메이저 CEO는 “빠른 시일 내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고,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인 레벨 4 자율 주행 시스템을 갖춘 업체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모셔널은 안전한 주행 경험뿐 아니라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연말 상용화 계획 및 규모에 대해서도 “라스베이거스의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차량 규모를 갖추고 있고 증가하는 수요에 따라 라스베이거스, 피츠버그에서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김흥수 부사장도 “모셔널은 레벨4 이상의 로보 택시인 만큼 바로 E2E 방식을 적용하기보다는 안전 등을 고려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현재 웨이모 등이 도달한 상업 운행까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셔널 로보 택시의 국내 도입 계획에 대해서도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