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기술기업 앱티브의 합작 법인 모셔널이 레벨4(완전 자율주행)로 운영되는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해 말부터 본격 운행한다. 이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후발 주자라는 평가를 해소할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추후 모셔널의 레벨4 기술과 포티투닷(42dot) 등 현대차그룹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기반 주행 기술을 통합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에 시범 운행을 앞둔 아이오닉5 로보택시가 주차돼 있다. /김지환 기자

◇모셔널 “안전과 비용 효율이 우리 강점”

로라 메이저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테크니컬 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말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4 수준의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일반 승객을 상대로 본격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모셔널은 로보택시 호출 수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다 관광 산업이 발달해 이동 수요가 많은 라스베이거스를 상용화 장소로 선택했다. 우선 올해 초 아이오닉5 로보택시의 시범운행을 시작한다. 연말까지 사용자 안전과 차량 주행 품질 등을 점검한 다음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

시범 운행 기간에는 운전자가 탑승한다. 이 운전자는 운전석에서 자율 주행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테슬라 로보택시와 달리 모셔널은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앱을 통해 호출하면 된다. 모셔널은 지난해부터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호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메이저 CEO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안전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달 5일 “우리(현대차)가 조금 늦은 편”이라며 “더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모셔널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제정한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 요건을 바탕으로 아이오닉5 로보택시 시스템을 개발해 인증도 받았다.

모셔널 라스베가스 테크니컬센터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는 모셔널 CEO 로라 메이저. /현대차그룹 제공

모셔널은 엔드 투 엔드(E2E) 구조로 작동하는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미리 짜둔 규칙에 따라 처리하는 자율 주행 설계 방식(룰 베이스)을 유지해 왔던 모셔널이 AI가 인지부터 판단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E2E 기반 자율 주행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기능별로 특화된 머신러닝 모델을 발전시켜 E2E 기반의 대규모 주행 모델(LDM)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셔널은 그간 확보한 방대한 주행 데이터와 학습 기술을 활용해 예측 불가능한 도로·교통 상황에 대응하도록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모셔널은 전 세계 도시 전역과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운행 가능한 자율 주행을 목표로 한다. 모셔널 관계자는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설계 방식을 단순화해 업데이트 속도를 높이고,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룹 내 자율 주행 기술, 궁극적으로 통합”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기반으로 자율 주행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큰 방향은 현대차·기아의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와 포티투닷, 모셔널 간 기술 협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센터장(전무)은 “두 기술이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위해 데이터 공유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상호보완적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에서 왼쪽부터 김흥수 현대차·기아 글로벌전략(GSO) 본부장, 로라 메이저 모셔널 CEO,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센터장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모셔널의 레벨 4 자율주행은 로보택시를 위해 개발된 만큼 운전자를 대체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E2E로 전환하면서도 도로 위 특수 상황에 대한 대응 등 최소한의 안전은 룰 베이스 기반으로 개발된다.

포티투닷의 아트리아 AI는 운전 편의를 지원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레벨 4 자율주행의 장점과 아트리아 AI의 장점을 살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흥수 현대차·기아 글로벌전략(GSO) 본부장(부사장)은 “AVP본부·포티투닷은 ADAS 등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모셔널은 레벨 4 이상의 로보 택시 기술을 담당한다”며 “각 부문을 결합해 궁극적으로 자동차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 로보택시의 국내 출시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모셔널의 최우선 목표는 올해 말 계획된 상업화”라며 “이를 먼저 실행한 뒤 기술 축적이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국내 (서비스)개시도 당연히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