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 조선업계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라는 호재로 들썩였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선 우려가 커졌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5643만CGT(선박 건조 난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2024년보다 27% 급감한 탓이었다. 2021년 시작된 이른바 ‘수퍼사이클(초호황)’이 벌써 끝나는 것인가란 반응이 작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도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359억3000만달러(약 51조9700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글로벌 선박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2024년과 비교해 수주액이 1% 정도 줄어드는 수준으로 방어해 낸 것이다. 수익성 높은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편 결과였다. 미·중 갈등 여파 등으로 중국 조선사들이 움츠러든 반사 효과도 봤다.

올해 우리 조선사들은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앞뒀다. 지난해 움츠러든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발주가 대거 재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LNG선은 한국이 독보적인 1위다.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초저온 액체 상태로 운송하는 초정밀 선박이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비싸기도 해 수익성도 좋다. 조선 3사의 수주 잔고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135조원으로, 2028년까지 일감이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신규 선박 발주가 줄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LNG선에서 격차를 벌려야 3~4년 뒤에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2025년 버텨낸 K조선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2021~2023년 전후 대규모로 발주된 선박들이 현장에 잇따라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새 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여파였다. 여기에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무역 전쟁이 영향을 줬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교역 자체가 위축된 것이다. 그 와중에 한국 조선사들이 선방할 수 있었던건 컨테이너선 시장에 적극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컨테이너선은 원래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선박이 아니라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컨테이너선 몸값이 올랐다. LNG,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함께 쓸 수 있는 이중 연료 시스템과 같은 비싼 친환경 장비가 컨테이너선에도 실리기 시작하면서다. 수익성이 좋아지자 우리 조선사가 수주에 적극 나섰다. 작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한 LNG선은 총 86억3000만달러 규모였지만, 컨테이너선 수주액은 157억1000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올해는 LNG 운반선 따내야

올해는 LNG 운반선이 승부처다. 미국을 중심으로 LNG 발전 사업이 대규모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NG는 특히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의 징검다리로 여겨지면서, 최근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다. 조선업계 안팎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LNG선 발주가 올해 80~100척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지난 6일 HD한국조선해양이 미국의 한 선사가 발주한 총 1조5000억원 규모 LNG선 4척 건조 계약을 따내며 ‘마수걸이’ 수주를 해냈다.

하지만 경쟁국들 역시 조선업 재편에 나서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원조 조선 강국 일본에선 최대 조선 업체 이마바리조선이 지난 5일 2위 업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를 완전 자회사로 하는 작업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세계 4위권 조선사가 등장한 것이다. 이 회사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해 LNG선 건조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앞서 작년 9월 중국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도 합병을 완료했다. 세계 조선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조선사들의 가격·물량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