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9일(현지 시각)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AI(인공지능) 로보틱스’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구글·엔비디아·퀄컴 등 글로벌 전문 기업과 전략적인 협업을 강조했다. 그룹 로봇 전략의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 현대모비스도 올해 CES 행사에 참가해 미래 모빌리티 분야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AI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와 협력 체계를 통해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양산 시점에 액추에이터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7일(현지 시각) 밝혔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며 동작을 제어하는 구동 장치로, 로봇 하드웨어의 핵심이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제작하는 재료비의 60%가량을 차지한다. 자동차 부품이 주력인 현대모비스로선 로봇 부품 시장 신규 진출이라는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8월 북미 로봇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 2028년 연간 3만대 로봇 생산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현대모비스도 대규모 양산 시스템 구축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수년간 차량용 부품 산업에서 외연을 확장해 로보틱스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같은 고부가가치 신사업 분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해왔다. 로봇 양산에 다양한 부품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로봇 생태계의 중심에서 현대모비스의 역할 또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단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로봇 양산화를 지원하고, 원가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로봇 부품 시장에서 선도 기업을 목표로 한다.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핸드그리퍼, 센서, 제어기, 배터리팩 등 핵심 부품으로 연구·개발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을 통해 다양한 실증 기회를 확보하면서 유의미한 검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로보틱스 핵심 부품 포트폴리오를 조기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잭 재코우스키 아틀라스 개발 총괄은 “중국 업체들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가격도 중요한 이슈지만 핵심은 로봇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라고 했다. 중국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도 강조했다. 그는 “로봇이 현장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걸어 다니거나 쿵후만 선보이면 경제적 효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조작 업무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건 높은 신뢰도와 내구도, 하드웨어 측면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CES 행사에서 중국 기업 유니트리는 ‘복싱 로봇’을 시연해 화제였는데, 이를 돌려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오세욱 현대모비스 로보틱스사업추진실 상무도 “중국 업체들이 개발하는 건 사람의 행동을 모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지만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실제 양산 라인에서 사람 이상의 능력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현대모비스는 CES 2026에서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인 퀄컴과도 MOU를 체결하고, SDV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7일 현대모비스 전시관에서 열린 MOU 체결 행사에는 현대모비스 전장BU 정수경 부사장과 퀄컴 자동차·산업·IoT 담당 나쿨 두갈(Nakul Duggal) 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신흥 시장에 최적화된 통합 설루션을 개발해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주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모비스와 퀄컴은 각 사가 보유한 시스템 통합, 센서 퓨전, 영상 인식, 시스템 온 칩(System-on-Chip) 기술을 바탕으로 통합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제어기와 소프트웨어에 퀄컴의 반도체 칩을 적용해 시너지를 기대한다.
자율 주행과 자율 주차에 최적화된 첨단 기술을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수요에 맞춰 개발에 나선다. 해당 국가들의 자동차 시장이 소형차 중심에서 다양한 차종으로 확대되며 ADAS 보급률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CES 2026에서 일반 대중 공개 대신 사전 초청한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만 전시관을 공개하는 ‘프라이빗 부스’를 운영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로보틱스와 SDV, 반도체를 포함한 신사업 영역으로 수주 범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내실 있는 영업 활동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