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운반선. /연합뉴스

지난해 조선업계를 둘러싼 전망은 밝지만은 않았다. 글로벌 발주량이 줄며 ‘수퍼사이클(초호황)’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중국 조선소들의 저가 공세도 거셌다. 실제로 2025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710만CGT(표준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한국과 미국의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 호재도 있었지만, 2021년부터 이어진 고성장 흐름이 꺾일 수도 있다는 경계심이 조선업계 전반에 퍼져 있었다.

하지만, 국내 조선 3사는 이런 흐름 속에서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탱커, 고부가 선박 위주의 수주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2026년 조선업계는 물량보다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단가가 높고 건조 기술이 까다로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올해 수주 경쟁의 핵심 선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이 새해 첫 수주로 따낸 선종도 LNG운반선이었다.

◇2025년 버텨낸 K조선

6일 SK증권 ‘2025년 조선 3사 수주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811만CGT였던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5710만CGT로 27% 줄었다. 최대 수주국인 중국의 발주량도 5424만CGT에서 3537만CGT로 급감했다. 앞서 대규모로 발주된 선박이 지난해 현장에 투입되면서 신규 선박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미중갈등 등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커지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한국의 수주량은 1078만CGT에서 1160만CGT로 소폭 증가했다. 2025년 한국 조선 3사의 총 수주액은 359억3000만달러로, 2024년(363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조선 3사 모두 연초 수립한 수주 목표를 달성했고,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고는 3분기 기준 135조원에 달해 2028년까지 물량이 확보된 상태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익성이 높은 LNG선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25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한 LNG선은 총 34척, 금액 기준으로는 86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같은 해 컨테이너선 수주액은 157억1000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얼마나 비싼 배를 따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주 키는 LNG운반선

조선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LNG운반선이다. LNG운반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초저온 액체 상태로 운송하는 초정밀 선박이다. 극저온 화물창과 고도의 단열·추진 시스템이 필수여서 기술 장벽이 높고, 그만큼 선가도 비싸다. 조선업계에선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통한다. 중국보다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에 있기도 하다.

지난해엔 글로벌 LNG 프로젝트 발주가 일시적으로 주춤하면서, LNG선 수주가 다소 맥을 못 췄다. 하지만, 올해엔 미국을 중심으로 LNG 액화 설비 증설이 본격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해상 운송 수요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카타르 등 중동 국가의 선단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며, 국내 조선업계는 다시 한 번 LNG선 수주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LNG운반선 대형 수주를 따내며 2026년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6일 HD한국조선해양은 미주 지역 선사와 20만 세제곱미터(㎥)급 초대형 LNG운반선 4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1조4993억원 규모다.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될 이 선박들은 2029년 상반기까지 순차 인도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6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서 “조선 산업은 LNG운반선,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수출 지속에 힘입어 2026년 수출은 올해 대비 8.6% 증가한 339억2000만달러로 전망된다”며 “LNG운반선은 미국 LNG 수출 확대에 따른 프로젝트 수요 및 카타르의 선단 교체 수요 등으로 최대 100척의 추가 발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