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부터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수소차 등 저공해차로만 채워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 고시를 5일 발표하기로 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국산차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비현실적 조치”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정한 저공해차 판매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목표에 미달한 만큼 2030년 기준 차 1대당 최대 300만원을 내야 해 수입차와 비교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율이 높지 않은 국산차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GM의 경우 작년 1~11월 국내에서 1만3945대를 팔았는데 이 중 전기차는 단 4대로 비율이 0.03%에 그쳤다. 주력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모두 내연차로, 판매 중인 전기차가 캐딜락 리릭 등 미국 GM에서 수입해 오는 것밖에 없다.

그래픽=김성규

르노코리아도 크게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작년 8월 첫 순수 전기차 ‘세닉 E-테크’를 공개하며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작년 1~11월 국내 판매한 전기차는 125대(0.27%)에 불과했다.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하면 저공해차 비율이 20%는 되지만, 전기차를 늘리지 않으면 2030년 50%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한국GM이나 르노코리아 모두 4년 안에 미국과 프랑스 본사로부터 수천억 원의 투자를 끌어와 한국 공장에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를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지 않으면, 2030년부터는 매년 수십~수백억 원의 기여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이나 르노 모두 본사 차원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탓에 전기차 속도 조절을 하는 상황인데, 4년 안에 한국에 수천억 원 전기차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국산차 영업이익을 깎아 먹는 일만 생길 수 있다”고 했다.

KG모빌리티는 작년 3월 첫 전기 픽업인 ‘무쏘 EV’를 선보이며 지난해 국내 판매 차량의 23%를 전기차로 채웠다. 하지만 핵심 구동 시스템과 배터리 기술 상당 부분을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강화된 환경 규제가 결과적으로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만 배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저공해차 비율이 20%에 이르는 현대차·기아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대차·기아는 10여 종의 전기차를 두고 있고 생산 시설도 갖춰져 있어 전기차 판매 비율을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 판매도 빠르게 늘릴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년 50%’ 기준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