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키워드는 단연 AI(인공지능)였다. 특히 제조분야 총수들은 AI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을 가르는 필수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제는 수익 창출과 사업 모델 혁신 등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역량과 하드웨어 데이터에 AI를 결합한 ‘피지컬 AI’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조업 총수들이 AI 경쟁력 강화를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면, 유통업계 총수들의 키워드는 ‘1등 DNA’와 ‘본질(Basics)’이었다.

◇AI 강조 나선 총수들

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자”며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도전 정신을 주문했다. 그는 “메모리, ICT(정보통신기술), 에너지솔루션, 배터리와 이를 잇는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SK가 수십 년간 묵묵히 걸어온 길은 결국 오늘의 AI 시대를 준비해 온 여정이었다”며 “SK가 잘해왔던 사업의 본질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그 위에 AI라는 혁신을 입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 모두가 AI를 기반으로 창의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안에서의 성취가 각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신년사에서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최근 인도한 선박들이 중국 대비 연비가 20% 이상 뛰어나 고객사가 놀라워했다”면서도 “기술적 우위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품질과 성능,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되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만들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허허벌판 백사장에 조선소를 세우고 동시에 배를 만들었던 첫 도전처럼,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자”고 말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신년 경영 메시지에서 올해를 ‘AI 비즈니스 임팩트 가시화 원년’으로 선언했다. 이제는 AI 활용 시도를 사업 혁신, 수익 창출 등 가시적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허 회장은 “구성원들은 지난 시간 동안 AI를 도구 삼아 수많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며 “이제는 현장 중심의 도메인 지식과 ‘피지컬 AI’를 결합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에너지·화학 산업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한발 앞서 실행해 성과로 완성하는 한 해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기술력’ ‘도전정신’ ‘1위의 본성’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탑(Top)의 본성’을 회복해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고 한 발 앞서서, 한 박자 빠르게 실행하자”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의 지난해 ‘치맥 회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열광적 반응을 보며 “고객이 뭘 좋아할지 아는 건 언제나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고객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으로 크게 성장하려면 1등 기업의 품격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AI 기반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머지않아 완전히 다른 선상에 있게 될 것”이라며 “전사적 역량을 모아 AX(AI 전환) 가속화에 나서자”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자동차·로봇 등 하드웨어에 AI를 탑재하는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며 “빠른 AX 추진을 통해 기존 제품의 지능화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1일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본원적 경쟁력을 통해 지속 성장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반세기 넘는 동안 고객을 향한 정직하고 투명한 마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 공감과 협력 기반의 창발적 조직 문화라는 본원적 경쟁력을 버팀목 삼아 위기를 헤쳐왔다”며 “리더는 구성원을 세심하게 살피는 조력자가, 구성원은 주도적인 실행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