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긴 항공기 운항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 말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116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항공기 운항 시간을 크게 줄였지만, 다른 항공사들도 운항 시간을 줄이면서 여전히 항공편을 가장 많이 돌리는 회사로 남은 것이다.

제주항공 정비사들이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서 B737-800 항공기의 엔진을 교체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항공기 월 평균 운항 시간은 블록 타임 기준 평균 364시간으로 나타났다. 블록 타임은 항공기가 이륙을 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때부터 목적지에 착륙해 정지한 시점까지 걸린 시간을 뜻한다.

긴 항공기 운항 시간은 기체 피로도와 직결돼 사고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은 무안공항 참사 직후 항공기 가동 시간을 하루 평균 14시간(월 평균 420시간)에서 12.8시간(월 평균 384시간)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항공기 운항 시간을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한 376시간으로 줄이면서 국내 주요 항공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의 이러한 운항 시간 단축은 같은 기간 국적 항공사 운항 편수가 53만2881편으로 0.1% 증가하고, 여객 수도 1억1375만명으로 1.1% 늘어나는 가운데 이뤄졌다.

그러나 다른 항공사들도 안전 조치 강화를 위해 함께 운항 시간을 줄이면서 제주항공은 여전히 가장 긴 항공기 운항 시간을 기록한 회사로 남았다. 제주항공에 이어 에어부산이 371시간으로 운항 시간이 두 번째로 길었고 진에어(370시간), 티웨이항공(368시간), 대한항공(367시간), 아시아나항공(362시간) 등이 뒤를 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항공기 운항 시간 감소 폭은 티웨이항공이 7%로 제주항공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진에어와 대한항공은 각각 1.3%와 0.8% 줄었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과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시간은 각각 4.7%, 5.8% 늘었다.

제주항공은 참사 이후 비행 시간(Flight Hour) 기준 운항 시간도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대비 11.3% 줄어든 313시간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교통통계국(BTS)이 발표한 미국 주요 항공사들의 평균 비행 시간 230시간에 비해선 약 93시간 긴 수치다.

제주항공의 월 평균 운항 시간은 항공사들의 평균 기령(機齡·항공기 연식)을 놓고 비교해도 긴 수준이다. 통상 항공기는 기령이 높을수록 정비 등에 더 많은 시간이 투입되기 때문에 비행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에어부산(10.5년)·대한항공(11.4년)·아시아나항공(12.7년)은 평균 기령이 12.8년인 제주항공에 비해 평균 기령이 짧다. 진에어(13.7년)와 티웨이항공(14년)은 제주항공에 비해 평균 기령이 길지만, 운항 시간도 짧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은 물론 다른 항공사들 역시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항공기 운항 시간을 더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사들도 결국 수익성이 확보돼야 안전에 더 투자할 수 있는데, 지금보다 항공편 운항 시간을 더 줄일 경우 항공사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항공기 운항 시간 감축과 함께 기단 현대화·정비 역량 강화 등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정비 인력을 전년 말 대비 40여 명 늘어난 350명 규모로 갖춰 국토교통부 고시 기준을 충족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제주항공의 정비 지연율은 0.52%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0.3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정시 운항률은 6.4%포인트 상승한 77.2%를 기록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는 항공기 정비 수리 개조에 1267억원을 투입하고, 정비 시설·장비의 구매 및 유지 관리에 42억원을 쓸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