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내년도 시무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국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삼성이 형식적인 행사를 없애고 ‘실용’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매년 초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사장단과 임직원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개최해왔던 시무식을 내년에는 생략하기로 했다. 그간 시무식에선 대표이사가 신년사를 발표하며 새해의 경영 방향을 제시하고 우수 사원 시상, 축하 공연 등도 함께 진행해왔다. 다만 올 초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국가 애도 기간과 겹쳐 예외적으로 시무식을 취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11월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면서, 사실상 12월부터 새 체제에 맞춰 업무를 진행 중”이라며 “형식적인 행사의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조용히 연말과 신년을 맞으며 업무 연속성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다음 달 2일 전영현·노태문 대표 명의 신년사는 기존처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은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에도 시무식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1월 2일 경기도 수원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4년 시무식'에서 고 한종희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년사를 하는 모습. /삼성전자

다른 그룹들도 시무식을 없애는 분위기다. SK그룹은 코로나 이후 시무식 개념의 신년회를 진행하지 않고, 최태원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 신년 인사로 행사를 대체해 왔다. 최 회장은 1일 임직원에게 신년 인사를 보낼 예정이다. LG그룹은 코로나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2020년초부터 선제적으로 오프라인 시무식을 ‘모바일’로 전환했다. 시무식을 없앤 것은 당시 10대 그룹 가운데 최초였다. 대신 구광모 회장의 신년사를 12월 중에 일찍 전달하고 임직원들의 연말 휴가를 독려하는 방식을 적용해 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신년에 한 해의 업무를 시작한다는 형식적인 의미보다는 실용과 효율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4대 그룹 중에선 현대차그룹이 시무식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였던 2021년에는 신년 서신으로 대체했고, 이듬해에는 메타버스로 시무식을 여는 실험을 한 적도 있다. 다만 코로나가 잠잠해진 2023년 이후부터는 다시 오프라인 시무식을 부활시켰다. 2023년에는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열었고, 2024~2025년에도 각각 기아 오토랜드 광명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정의선 회장 주재로 신년회를 개최했다. 내년도 신년회는 다음 달 5일로 예정돼 있지만, 정 회장이 대통령 방중(訪中)에 동행하는 만큼 오프라인 행사 없이 신년 메시지와 경영층 좌담을 사내에 방송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