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전기료 쇼크, 산업이 멈춘다’ 기획을 마무리하며 전력 산업 및 정책 최일선에 섰던 전문가 4인에게 현 진단과 해법을 물었다. 이들은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정치적 가격 결정’과 ‘판매 시장 독점’을 꼽으며 “전기 요금을 볼모로 잡는 정치를 멈추고 낡은 독점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농업용 전기가 평균 요금의 절반 수준이다 보니 기업농들이 전기로 난방을 해 바나나 같은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촌극이 빚어진다”며 자원 배분의 왜곡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 논리가 개입해 만들어진 기형적인 요금 체계 탓에 싼 전기는 낭비되고, 비싼 전기는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해법은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독립적 전기 요금 결정 기구’ 신설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조영탁 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정부·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해 전기료를 통제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독립 기구가 투명하게 요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궁극적으론 전력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강승진 한국공학대 명예교수는 “발전 사업자는 7000곳인데 판매자는 한전 한 곳뿐인 기형적 구조가 25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AI(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한전은 송배전망 관리에 집중하고, 판매 부문은 경쟁을 통해 기업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