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빅4′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 롯데케미칼은 범용으로 분류되는 기초 화학 제품 비율이 약 60%로 경쟁사보다 높아 석유화학 업계 불황의 충격이 컸다.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을 계기로 배터리·반도체·수소 등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단일 기준 국내 최대 규모 컴파운드 생산 설비를 갖춘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하고 지난 10월부터 일부 라인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고 28일 밝혔다. 컴파운딩은 두 개 이상 플라스틱 소재를 최적의 조합으로 섞어 기능을 향상시키는 공정이다. 연간 50만t 생산 규모로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 공장에서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모빌리티·IT 산업 맞춤형 고기능성 소재를 집중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소재 분야 전문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배터리, ESS(에너지 저장 장치)용 소재뿐 아니라 AI(인공지능) 반도체 산업용 소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데이터센터의 초고속 데이터 처리에 필수적인 고품질 동박(회로용 금속박) ‘회로박’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분야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일본 화학 기업 도쿠야마와 합작한 한덕화학은 경기 평택에 현상액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내년 말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소 사업도 병행한다. 울산에서 합작사 ‘롯데SK에너루트’를 통해 지난 6월부터 20㎿(메가와트) 규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80㎿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주요 공장이 있는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NCC(나프타 분해 설비) 통합,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산산단에서 HD현대케미칼과의 합병을 골자로 한 사업 재편안은 내년 1월 정부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여수산단에서도 주요 업체들과 중복 설비를 조정하는 재편안을 제출한 상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 정책 기조에 발맞춰 신속하게 사업을 재편하고,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사업 구조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며 경쟁력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