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저가형 전기 SUV인 '모델 Y 스탠다드 트림(세부 모델)' / 테슬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올해 1~11월 국내 신차 판매 138만547대 중 수입차는 27만8769대로, 점유율이 20.2%에 달했다. 2022년 테슬라를 포함한 수입차 점유율은 20.5%를 기록했는데, 올해 다시 연간 점유율 20%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새로 팔리는 자동차 5대 중 1대가 수입차인 것이다.

한때 고가 이미지가 강했던 수입차들은 전기차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특히 2017년 한국에 상륙한 테슬라가 올해 BMW·벤츠에 이어 판매 3위를 기록하며 수입차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 내수 시장만 놓고 보면, 2대 중 1대가 수입차다. 11월의 경우 전기차는 국내에 총 1만8166대가 팔렸는데 그 중 수입차가 1만대가 넘는다.

수입차 약진의 이면에는 국산차 업체들의 위기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르노와 GM은 내수 시장에서 사실상 무너졌고, 현대차와 기아도 미래차의 핵심인 전기차 경쟁력이 흔들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4일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부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섰다.

◇테슬라가 이끈 수입차 강세

28일 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신규 등록된 자동차는 총 138만 547대로 전년 동기(130만9222대) 대비 5% 늘었다. 국산차 등록 대수는 106만9452대에서 110만1778대로 3% 늘어났지만, 수입차는 23만9764대에서 27만8769대로 16% 늘었다.

수입차 시장 강세를 이끈 주역은 테슬라다. 올해 1~11월 테슬라 판매량은 약 5만5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000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BMW 7만대, 벤츠 6만대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벤츠와의 격차를 5000대 수준으로 좁혔다. 지난해 테슬라 점유율이 1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약 20%까지 늘었다.

과거 ‘고가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수입차는 이제는 국산차와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기차 등 저렴한 모델이 많이 등장한 것도 한몫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1987년 개방 이후 꾸준히 성장해 1996년 최초로 연간 1만대를 돌파했고, 2012년에는 10%를 넘어섰다. 2015년 독일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인 이른바 ‘디젤 게이트’로 일시 주춤했지만,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며 2021년부터 20% 안팎을 오가고 있다.

◇내수 재정비 나선 현대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수입차 시장의 약진이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테슬라는 2021년부터 본격 출시된 저가형 모델Y가 가성비 있는 모델로 인기를 끌고 있고, 지난달부터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 가능한 ‘감독형 자율주행(FSD)’ 기술까지 국내에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은 테슬라가 이 기술을 세계에서 7번째로 도입한 국가로 소비자들은 테슬라의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경쟁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년부터는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1~11월 현대차는 국내에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65만288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70만 5010대를 팔았는데, 2023년보다 판매가 7.5% 감소했다. 작년과 별반 차이 없이, 내수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런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 지난 4일 현대차는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부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국내 영업을 총괄했던 정유석 부사장이 물러난 자리엔 정통 ‘영업통’으로 꼽히는 김승찬 부사장이 새로 임명됐다. 제네시스사업부장에는 북미 상품기획 경험이 풍부한 이시혁 전무가 승진하며 자리를 맡았다. 이번 인사를 통해 침체된 내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는 국내 자동차 내수가 소폭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금리 인하, 신차 출시,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으로 내년 국내 자동차 내수는 169만대로 소폭 반등할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내년 전기차 보조금 확대로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도 한국을 주요 공략지로 점찍는 분위기라 국산차에겐 과제가 남아있다.